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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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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의 나날들

어제 죽으면 '코로나19 사망자', 오늘 죽으면 '폐렴 사망자'

[코로나19 위중증] "코로나로 죽었는데 코로나 사망자가 아니래요"

코로나
코로나19
위중증

에디터의 말

매일 아침마다 그날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검색해보던 시절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도, 친구도, 직장 동료도,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르는 시민들도 매일같이 달라지는 그 숫자에 울고 웃었다. 이 숫자에 따라 방역 정책이 결정됐고, 일상이 달라졌고, 안도감이나 불안감을 느꼈다.

2022년 2월 말 오미크론 확산 이후, 확진자는 수십만명 규모로 폭증했다. 더이상 숫자를 헤아리고 가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이때 뉴스에서 강조했던 숫자는 '사망률'이었다. 그제서야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눈에 띄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3월 한 달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8172명이다.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래, 단일 원인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2만3008명으로 집계했다(5월 3일 기준).

이 숫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일부다. 코로나19로 사망했지만, 사망자 통계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사망하면 코로나19 사망자, 내일 사망하면 폐렴 사망자?

오O민씨의 아버지는 2021년 10월 8일 코로나19로 확진됐다. 백신 접종일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약 2주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긴 했지만, 발열이 없어 병원에서도 코로나19를 의심하지 않고 감기약만 처방해줬던 차였다. 점차 몸 상태가 악화되어 PCR 검사를 받아보니 확진이었다. 확진된 바로 그날, 보건소에서 수도권 내 한 코로나19 전담병원 음압병동 중환자실을 지정하여 입원시켰다.

72세의 나이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언덕을 뛰어 올라다니고, 사업체를 이끄는 집안의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호흡이 불안정해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구급차에 올랐다. 혹시 전염될지도 모른다며 외동딸인 오씨의 부축도 거절했다. 손 한 번 잡아드리지 못했다. 그게 의식이 있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음압병동 중환자실에는 방호복을 입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고, 환자와 직접 면회도 할 수 없다. 그래도 가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약 2주 후, 주치의에게 전화가 왔다. 환자 상태가 나아져 일반 중환자실로 옮길 것이며, 마침 격리도 해제되니 곧 퇴원도 할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일반 중환자실로 옮긴 지 3일째, 아버지는 다시 상태가 나빠졌다. 병원에서는 음압병동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왜 일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계속하지 못하고 다시 격리해야 하는지, 자세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 오씨는 병원 내에서 의료진이나 간병인을 통해 코로나19에 재감염된 게 아닌지 의심했다.

11월 23일,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격리 치료에 필요한 생필품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환자가 욕창이 심하게 생겼다고도 했다. 가족들에겐 마음 아픈 소식이었다. 깔개 매트, 욕창 방지 매트, 물티슈, 휴지, 면도기를 한 박스씩 보내라고 했다. 오씨는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잘 간호받기를 원하는 마음에 100개씩 사서 보냈다. 약 20만원이 들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물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택배 회사에서는 무사히 배송되었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낸 참이었다.

며칠 뒤, 병원에서 또 연락이 왔다.

"이제 나라에서 음압병동에 오래 입원한 사람들은 옮겨야 한대요. 그래서 환자분도 나가셔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상태가 너무 위중하셔서 전원을 갈 수는 없고, 일반 중환자실로 옮기셔야 할 것 같아요."

격리해제였다. 오씨는 차라리 아버지를 보다 큰 종합병원으로 옮겨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하고 싶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받는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전원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협의해 환자의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3일을 대기해 같은 병원 내 일반 중환자실로 옮겼다.

오씨는 격리해제일에 본 아버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두 달 만에 만난 아버지는 모르는 사람 같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흰 턱수염이 가슴까지 자라 있었다. 100개나 보냈던 면도기는 어떻게 된 걸까?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동공은 탁했다. 음압병동에 오래 있었던 탓에 피부가 차가웠다. 오씨는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느꼈다. 음압병동에서 치료를 받던 두 달여간, 언제 어떻게 이런 상태가 된 건지 가족들은 전혀 몰랐다. 병원에서 받은 연락이라고는 인공호흡기 사용 동의를 구하는 전화, 생필품을 요청하는 전화, 격리해제를 알리는 전화, 세 번뿐이었다.

격리해제 후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2월 3일, 오씨의 아버지는 사망했다.

하얀 국화꽃으로 한 남자의 영정사진 주변이 장식되어 있는 모습.
오씨 아버지의 장례식. 건강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사망했으나, 격리해제 하루 뒤에 사망했다는 이유로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코로나19 사망자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생계를 책임지던 아버지를 잃은 만큼 오씨 가족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필요한 서류를 챙기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사망진단서에 '코로나19'가 아닌 단순 '폐렴'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황당했죠. 우리 아버지는 다른 게 아니라 코로나19 때문에 폐렴이 생긴 건데. 병원에서도 의사가 분명히 말했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버지의 몸을 다 훑고 지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코로나19 때문에 돌아가신 거라고."

오씨는 병원에 다시 항의한 끝에 정정된 사망진단서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이 사망 원인으로 기재됐다. 다시 꾸린 서류를 들고 보건소를 찾았다. 돌아온 답변은 코로나19 사망자 지원금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오씨의 아버지는 '선 화장'이 아닌 일반장례를 치른 다음 '후 화장'을 했다. 그래서 장례식장에 지원되는 장례지원금 3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없다. 둘째, 오씨의 아버지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아니다. 격리해제 후 사망했기 때문이다.

오씨가 받은 격리해제 증명서와 사망진단서에는 아버지가 12월 3일 격리해제, 12월 3일 사망이라고 적혀 있다. 서류상 격리해제된 바로 당일에 사망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오씨의 아버지는 발병 이후 며칠을 제외하고는 내내 격리된 채로 치료를 받았고, 가족들은 제대로 된 면회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오씨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아니라는 답변만 반복적으로 들었다.

과소집계의 위험을 지적하는 의사들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미국의학대학협회(AAMC)는 이렇게 설명한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는다고, 코로나19 사망자로 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의학적으로 다른 이유로 사망할 수도 있다. 반면 아무런 질병 없이 일상생활을 하던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린 이후 각종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면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가이드라인은 사망진단서에서 '원인(cause)' 또는 '기여(contribution)' 항목에 코로나19가 기재되면, 이를 코로나19 사망으로 집계하라고 안내한다. 그러니까 의료진이 판단했을 때 코로나19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거나, 또는 사망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으로 집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 사망 집계에는 격리해제 후 사망한 사람이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위중증 환자 격리해제 기준은 팬데믹 2년 3개월 동안 계속 짧아져왔다. 처음에는 PCR 검사 결과, 음성이 연속 2회 나오면 격리가 해제됐다. 2021년 12월, PCR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20일 이후에는 격리가 해제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21년 3월, 이 기준은 7일 후 격리해제로 짧아졌다(의료진 판단하에 최대 20일까지 연장 가능). 오O민씨 아버지의 사례처럼 증상 발현 후 7일 안에 음압병동에서 사망하면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되고, 8일째에 격리해제된 상태에서 사망하면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신고하는 사람들은 의료진이다. 이는 사망신고와 따로 신고된다. 격리병동은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격리 기간 내에 사망한 환자는 곧바로 보고된다. 이후에는 의료진이 따로 신고해야 하는데, 격리해제 이후에는 코로나19 사망자로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다.

의사들은 사망자가 적게 기록되는 게 아니냐는 '과소집계' 문제를 제기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3월 18일 보도자료에서 "정부에서 발표하는 사망자 수만으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현재 집계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 시점의 사망자 수로도 인구 대비 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여기엔 짧은 격리기간 해제 후 사망한 사람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미크론 감염 후 기저질환의 악화로 인한 사망도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은 닷페이스와의 통화에서 "롱 코비드(Long Covid)라고 해서,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이 굉장히 오래 가는 경우가 있다. 몇 개월씩 후유증을 앓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순전히 코로나19로 인해서 사망하는 건데, 이런 경우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 정부의 위중증 격리해제 기준이 7일로 바뀌었는데, 위중증 환자가 7일 안에 낫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철주 집행위원장은 닷페이스와의 통화에서 과소집계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만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로 인한 치명률이 낮다고 하는데, 사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나라별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특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바이러스 자체의 치명률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요인을 살펴야 한다. 델타 변이 때는 우리나라의 확진자 자체가 매우 적었고, 특히 노인 인구 확진자 비율이 적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치명률이 낮았다. 그래서 2년 3개월 전체 기간 동안 누적된 치명률은 다른 나라보다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시기는 조건이 다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높은 것은 유리한 요건이다. 그러나 불리한 요건도 있다. 델타 때 미국, 유럽에 비해 확진자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자연면역은 오히려 떨어진다. 또 요양원, 요양병원 위주의 노인 돌봄 시스템에서 다량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취약한 노인 인구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점도 치명률이 늘어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런데도 오미크론 시기 치명률이 유럽의 절반 정도로 집계된다.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치명률이 차이가 날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망자가 상당히 과소집계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이유다."

경기 시흥시에 있는 신천연합병원 백재중 원장도 우려를 전했다. "사망자뿐만 아니라 위중증 환자도 과소집계 문제가 크다. 예를 들면 요양원에 있는 고령의 위중증 환자들은 별다른 격리 치료 없이 그대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위중증 환자 통계에도, 사망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오미크론 이후 대부분의 집단 감염은 요양원을 중심으로 퍼졌다.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대응을 할 수 있을 텐데, 데이터가 축소된 상태에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부분이 잘될지 걱정이다. 이런 부분을 보다 정확히 집계하려는 노력보다 거리두기 완화나 해제가 더 우선되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현장의 과소집계 우려에 대해 "코로나19 사망을 가급적 진단하지 않게끔 하는 저해 동기는 없다"고 일축했다. 3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격리해제 이후의 사망이라 할지라도, 의료진이 판단해서 코로나19 사망으로 신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되는 경우에는 장례비 지원 등 여러 가지 혜택들을 같이 부가하고 있기 때문에 유인 동기가 있는 셈"이라며 "코로나19 사망자가 가려지는 부분은 상당히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즉,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이 장례비 지원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의료진을 통해 사후 코로나19 사망 신고를 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물론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라고 의료진이 판단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하지만 유가족이 현장에서 경험한 것은 이런 설명과 거리가 있었다. 장OO씨의 아버지는 코로나19로 확진된 이후, 3개월 만에 일반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전파력이 사라졌다며 격리해제가 되어 음압병동을 나온 상태였다. 정신없는 장례를 끝내고 몸과 마음을 추스른 다음, 코로나19 사망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보건소로 갔으나 "격리해제 후 사망하셨기 때문에 코로나19 사망자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들었다.

장씨는 주치의를 찾아가 신고를 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대답은 보건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버님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하신 건 맞습니다. 하지만 국가 행정상 격리해제자라서 통계에 들어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억울한데요.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는데 왜 코로나19 사망자로 신고할 수 없다는 거죠?"

"보호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에서 정한 거라 어쩔 수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진이 서로에게 판단을 떠넘기는 사이, 코로나19 사망자인데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는 사람들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사망자가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상당히 적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일각에서는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통계 밖의 통계는 가늠조차 어렵다.

'배제'가 남긴 상처

코로나19 사망자 통계가 정확히 얼마나 누락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유가족의 심경에 미치는 영향은 알 수 있다.

닷페이스가 만난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들은 "가족이 두 번 죽는 심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O민씨의 기억은 이렇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TV 뉴스에서 오늘 코로나19 사망자가 얼마나 나왔는지 보면서, 순진하게 '아, 우리 아버지도 저 숫자에 들어갔겠구나' 하고 슬퍼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아니었던 거죠. 거기서조차 배제된 거예요."

보건소에서, 구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공무원이니까 아무래도 따지듯이 질문하잖아요. '일반 장례 하셨나요? 격리해제 후 돌아가셨나요? 그럼 코로나19 사망자가 아닙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아닌데 왜 신청했냐는 듯이 들렸어요. 마치 죄인 취급하듯이요. 취조당하는 듯한 기분에 가슴이 미어지고 분노가 치밀었던 것 같아요.

정신 차리고 보니까 제가 수화기에 대고 미친듯이 화를 내고 있더라고요. 지금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유가족 마음에 두 번 상처주고 계신 거 아시냐고, 막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치솟는 화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저랑 통화하시던 분은 냉정하게 말했어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다였어요."

오씨에게 코로나19 사망자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은 단순히 생계를 돕는 의미로만 다가오지 않았다. "전 그랬어요. 돈을 떠나서, 뭔가 국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죽은 게 천만원으로 어떻게 보상이 되겠어요. 저는 천억을 준다고 해도 필요 없고, 아빠가 살아 돌아오셨으면 좋겠는걸요. 그저 액수를 떠나서 거기에는 코로나19 사망자 가족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있잖아요. 경증으로 끝난 분들에게도 격리기간에 대한 보상금이 주어지는데, 코로나19로 사망한 분들이 배제된다는 게 이상해요."

장OO씨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너무 충격 받았죠. 오미크론 이후로 코로나19 관련해서 사망자 통계를 엄청 강조했잖아요. 치명률이 낮으니까 괜찮다고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는데도 그 통계에 집계가 안 되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전혀 괜찮은 게 아니잖아요.

보건소에서 아버지가 코로나19 사망자가 아니라고 말한 게 결정타였어요. 그 말만 안 들었어도 그냥 아무런 분노 없이 잘 살았을 것 같아요. 코로나19 사망자 가족을 위한 지원 정책인데, 코로나19 사망자 가족인 제가 왜 포함이 안 되는 거죠? 저한테는 이렇게 들렸어요. '죽을 거면 격리해제 되기 전에 죽어라.'"

이들이 경험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사회적으로 애도받지 못하는 죽음이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기도 전에, 행정적인 규정에 따라 마땅히 받아야 할 위로로부터 배제되었다.

오씨는 코로나19 위중증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누구나 가족을 잃으면 가슴이 찢어지고 아프죠.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을 잃은 건 더해요. 격리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간병도 못 해드리고, 손 한 번 못 잡아드리고 보내드린 고통과 죄스러움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누구나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는 거잖아요. 자기가 잘못해서 걸린 게 아니에요. 그중 누구나 위중증 환자가 될 수 있어요. 건강하신 분이라도 나이가 많으면 특히 더 위험하고요.

그런데도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으면 별로 위로받지 못해요. '백신은 맞았어? 그러게 왜 돌아다니셔서..' 이렇게 탓하는 말을 가장 먼저 들어요. 크게 상처가 됐어요. 저희 아빠도 피해자거든요. 멀쩡하신 분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전염된 거잖아요. 백신 접종 전이었던 것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요. 아버지는 일반 감기 백신 주사를 맞을 때도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서 접종을 미뤘어요. 그래도 더 미룰 수 없어 접종을 일주일 뒤로 예약한 시점에 확진됐어요.

부디 주변에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두 번 상처가 되는 말을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가족 중 60세 이상인 분들이 몸이 안 좋으면 '아니겠지'라고 생각 마시고 꼭 코로나19 검사를 받으시고요. 거리두기가 해제되었다고 해서 부디 마스크 벗고 함부로 돌아다니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저 같은 경험을 하는 분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어요.

정부에서도 돈을 떠나서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유가족에 대한 위로나 애도를 충분히 표현해주었으면 합니다. 제대로 간호도 하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보낸 그 심경은 정말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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