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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는 무지개 메이크업, 퀴퍼에 나타난 ‘캐릭터’ 분명한 사람들
에디터 우리
에디터 우리
·
2021-07-28
온라인 퀴퍼를 찾아서

얼굴에는 무지개 메이크업, 퀴퍼에 나타난 ‘캐릭터’ 분명한 사람들

드랙 아티스트 팀 네온밀크·젠더리스 패션 모델 음혁진

퀴어
드랙
젠더리스

2021 온라인퀴퍼 ❮어디서든 길을 열지❯는 인스타그램과 함께 합니다.

에디터의 말

"이번 퀴퍼에서는 뭐 입지?"

매해 퀴퍼가 다가오면 고민에 빠졌어요. 들뜬 마음으로 친구들과 옷을 고르곤 했습니다. 퀴퍼는 패션 해방의 날! 온몸에 타투 스티커를 붙이고, 퀴어 프라이드를 진하게 표현하는 팔찌를 골라 집을 나섰습니다. 평소엔 드러내기 힘든 '나 자신'을 세상에 표현할 수 있는 축제니까요.

퀴퍼에서 패션과 스타일링은 단지 축제용만은 아닙니다. 저항의 의미이자, 사회에서 숨겨야 했던 '나 자신'을 드러내는 적극적인 일탈인 거죠. 그래서 퀴퍼 행진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을 드러내며 행진하는 사람들을 보면 벅차오르는 마음이 드는 거겠죠?

닷페이스는 이번 2021년 온라인 퀴퍼 ❮어디서든 길을 열지❯를 인스타그램 코리아와 함께했는데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우리는어디서든길을열지 #온라인퀴퍼2021' 해시태그를 입력하면 무지개 컬러로 변하는 거 보셨나오? 인스타그램이 지정한 특별 해시태그였어요. 인스타그램 릴스로 참여할 수 있는 #퀴퍼트럭챌린지도 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패션으로 저항과 프라이드의 의미를 말해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분들이라서 더 뜻깊은데요. 많은 사람에게 '프라이드 뿜뿜'의 순간을 함께 즐기도록 해준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드랙 아티스트 팀 '네온밀크'와, 젠더리스 패션 모델 음혁진 님의 이야기입니다.

인스타그램 릴스(reels): 편집, 오디오 및 카메라 효과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영상 서비스. 이용자들은 릴스에서 직접 영상을 촬영하거나, 저장해둔 영상을 불러와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도구를 활용해 30초가량의 길이로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다.

인물소개

나나영롱킴
나나영롱킴

밤비
밤비

빛하믹주
빛하믹주

세레나
세레나

음혁진
음혁진

성별에 갇힐 필요 없잖아요? | 네온밀크

온밀크 팀. 맨 위 왼쪽부터 나나영롱킴, 빛하믹주, 세레나303, 밤비.
온밀크 팀. 맨 위 왼쪽부터 나나영롱킴, 빛하믹주, 세레나303, 밤비.

네온밀크 팀 소개 부탁드려요.

나나영롱킴: 네온밀크(NEON MILK)는 'LGBTQ+ 컬쳐 콜렉티브' 팀이예요. 저 밤비, 나나영롱킴, 빛하믹주, 그리고 새로운 멤버 세레나303 이렇게 4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네온밀크'라는 이름은 그냥 어감이 좋아서 정하게 됐어요.

LGBTQ+: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머리글자를 딴 말. 'Q+'는 Questionary의 머리글자와 '+'로, LGBT 외 규정되지 않은 정체성을 포괄하는 뜻한다.

콜렉티브(collective): 하나의 목표를 두고 자발적으로 모인 예술인 단체.

온라인 퀴퍼 캐릭터를 소개해 주세요.

네온밀크 팀원들의 온라인 퀴퍼 캐릭터. 맨 위 왼쪽부터 나나영롱킴, 빛하믹주, 세레나303, 밤비의 캐릭터.
네온밀크 팀원들의 온라인 퀴퍼 캐릭터. 맨 위 왼쪽부터 나나영롱킴, 빛하믹주, 세레나303, 밤비의 캐릭터.

세레나: 저는 사박-하게 날개 달고, 트랜스젠더 프라이드를 나타내기 위해 트랜스젠더 깃발 달았어요. 퍼레이드는 또 행진하는, 활동적인 행위잖아요. 그래서 스니커즈 신고 크롭탑 입었어요. 썬캡은 퀴퍼 날 햇빛이 쨍쨍할 테니까 씌웠어요.

'사박하다' 뜻이 뭐예요?

세레나: 사뿐사뿐하고, 컬러풀한 느낌? 거기에 약간 음흉한 느낌이요. (웃음) “오늘 꽃 좀 따러 가볼까?” 이런 느낌이에요.

나나영롱킴: 작년 온라인 퀴퍼 때도 제 얼굴을 합성한 캐릭터를 만들었거든요.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로 활용해도 되냐."고 연락이 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2020년 인스타그램의 광고에 제 온라인 퀴퍼 사진도 나왔어요. 올해도 그때를 모티브로 삼아서 얼굴에 무지개 메이크업으로 드랙한 얼굴로 합성했어요. 그런데 또 닷페이스에서 좋아해 주시고, 이렇게 연락도 주셔서 좋네요.

2020년 인스타그램의 네 가지 트렌드를 갈무리한 #WEMADE2020에 나나영롱킴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나왔다.

밤비: 드랙할 때 아주 밝은 단발 머리를 선호해서, 화이트 컬러 헤어에 포인트를 줬어요. 민머리 헤어도 고민했어요. 제가 가발을 쓰잖아요. 가발 쓰려면 원래 제 머리를 가려야 해서 망을 씌우는데, 그러면 삭발처럼 되거든요. 또 예전에 그렇게 삭발인 상태에서 드랙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적도 있고요. 다음 오프라인 퀴퍼에 참여할 때는 삭발 컨셉으로 나가봐야 겠네요.

빛하믹주: 저는 요정 AI 컨셉이에요. 핑크 컬러 포니테일에, 제가 좋아하는 흰 티를 입혔어요. 또 오토바이를 탔는데, 제가 해보고 싶은 퍼포먼스가 오토바이와 합쳐진 기계 인간이기도 하고요. 오토바이 페티쉬를 표현하고 싶기도 하고요.

나에게 퀴어 퍼레이드란?

2019년 서울 퀴어퍼레이드에서 네온밀크 팀이 퀴퍼 트럭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2019년 서울 퀴어퍼레이드에서 네온밀크 팀이 퀴퍼 트럭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밤비: 네온밀크는 퀴퍼에 2018년부터 3년간 스폰서로 참여했어요. 첫 번째는 부스, 두 번째는 퀴퍼 트럭, 세 번째는 광고 스폰서요.

밤비: 보통 드랙 활동을 할 때는 만나는 분이 한정돼 있어요. 그런데 퀴퍼에서는 아이들도, 유모차를 끌고 온 어머니 분 등 다양한 분들을 면대면으로 만날 수 있어요. 온라인 퀴퍼일 때는 그런 소통은 줄어들었지만, 침체된 사람들의 마음에 프라이드를 불어넣는 기회여서 좋아요.

세레나: 시드니에서 열린 퀴퍼에 가 본 적이 있어요.. 너무 좋았던 게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축제를 이루는 거였어요. LGBTQ+ 부모 커뮤니티, 시드니 소방관 LGBTQ+ 그룹, 레즈비언 학생 커뮤니티 이렇게요. 또 오토바이를 우르르 끌고 온 바이크 동호회도 있었어요.

퍼레이드 구성원들이 다 너무 캐릭터가 뚜렷하고, 재밌고, 다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고, 이런 커뮤니티들이 같이 걷고 있다는 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커뮤니티 속에서 존재한다.' 이걸 보여주는 게 퀴퍼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젊은 사람들 위주로 모여서 걷기는 하는데, 이 사람이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빛하믹주: 우리 퀴어들이 평소에는 숨어 살잖아요. '퀴어'로서 소속되는 날인 것 같아요.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외롭지 않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느끼는 희망과 용기의 자리예요.

나나영롱킴: 퀴퍼를 딱 하나로 정의하기 힘들어요. 드랙 아티스트와 저희 팀을 알리고, 같이 놀거나, 여러 사람을 보거나, 이

문화를 알기 위해 가는 사람 등 다양하니까요. 그냥 축제 자체가 아닐까.

밤비: 나는 그거 있었어. 네온밀크가 이번에 소녀시대의 티파니 영 님과 '다시 만난 세계' 노래에 맞춰 퀴어 프라이드 영상을 제작했거든요. 댓글 중에 “네온밀크 덕분에 1년에 한 번씩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 이 말이 있었어요. 우리가 모두 그런 감동을 나누는 날이 아닐까요.

네온밀크 멤버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온라인 퀴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치료사', '인공생명', '디지털 크리에이터', '코미디언'으로 소개한 이유가 궁금해요.

나나영롱킴: 저는 '치료사'라고 소개했는데요.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가 많은 편인데, 제가 하는 활동을 보고 정체성을 숨기고 지내는 분들이 힘을 많이 받는다는 인스타그램 DM(Direct Message)을 하루에 30~40통은 받아요. 일일이 제가 답장을 해드리기는 어렵고, 마음은 다 알고 있어요.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유튜브 채널 '네온밀크 나나 TV'에 이야기하기도 해요.

'내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되는구나.'라고 느껴서 '치료사'라고 소개하게 됐어요

빛하믹주: '인공생명'의 탄생 비화가 있어요. 미대를 나왔는데, 행위예술이나 영상작업, 사진 작업 할 때마다 나타나는 페르소나가 빛하믹주였어요. 제가 항상 꿈꾸던 모습이 인공생명(Artificial Life)이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인데,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올 거로 생각했어요. 그걸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결합하면 '인공생명'이라 생각했어요. 졸업논문도 이 주제로 썼어요. 근데 그 아이디어를 SM 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인기 그룹 '에스파'가 하고 있네요.

밤비: 저는 일반인으로서도 비디오 외부 작업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서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제일 맞는 카테고리라고 생각했어요.

세레나: 저는 '코미디언'이라고 했는데요. 드랙퀸만이 가질 수 있는 위트와 재치를 너무 좋아해요.

드랙퀸은 좀 세게 말해도 되잖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을 듯 말 듯 가지고 놀면서 웃음을 주며 보람을 느껴요.

나나영롱킴: 드랙을 통해 다른 페르소나를 도전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성별에 갇히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네'라고 깨닫는 계기도 드랙이었어요. 스스로도 드랙 할 때마다 어떤 사람이 될지 예상이 안 돼요.

각자 드랙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빛하믹주: 저는 요정이요. 키가 작고 마르고 왜소한데, 그 모습을 극대화하고, 화려하게 하다 보니 요정이 되더라고요.

세레나: 저는 예전에 글램한 걸 좋아했거든요. 이제는 드랙의 클래식한 면모들이나, 못생겨질 때 드랙이 가지는 매력적인 모습들을 배워나가고 있어요.

글램(glam): 글래머러스(glamorous)의 줄임말로, '화려한, 부티 나는'을 뜻한다.

, **못생겨진다는 게 어떤 뜻인가요?**

세레나: 보통 메이크업은 좋은 피부에, 주름이나 잡티 하나 없이 연출하잖아요.

드랙을 하면, 각질이나 주름이 부각돼 보여도 눈화장은 화려할 때도 있고 페르소나로 사람들에게 쓴소리도 하거든요. 드랙은 그렇게 '어글리(Ugly)'할 수 있는 용기를 줘요.

나나영롱킴: 드랙의 어원이 '여장 남자'이지만, 지금은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걸 표현한다'는 의미로 바뀌고 있어요.

드랙 스타일이 강렬했다가, 수수해졌다가, 다시 강렬해졌다가… 요즘은 되게 예뻐요. (웃음) 저는 항상 변해가는 존재인 것 같아요.

드랙 아트 하기 전과 후, 삶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네온밀크 팀
네온밀크 팀

세레나: 변화가 컸어요. 저는 꽉 막힌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곳이었어요. 상사가 저한테 한 소리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 장애가 있었어요. 그 증상이 드랙을 하면서 나았어요.

드랙 쇼를 하려면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무대에 서야 하잖아요. 사람들과 그전에는 하지 못했던 상호 작용을 폭발적으로 하다 보니, 제가 회사원으로 돌아왔을 때 더이상 얼굴이 빨개지지 않고, 회의할 때도. 주도적으로 말을 하게 됐어요.

세레나: 맞네요. 드랙이 힐링이네. 저는 트랜지션 준비를 하고 있어서, 제가 여자가 됐을 때의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방식을 도전하는 것도 좋았어요.

트랜지션(transition):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게 사회적 성별을 변화시키는 과정. 트랜지션에는 외모의 변화, 수술 등 신체적 변화, 법적 성별 정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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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저도 사는 게 좀 더 편해진 거 같아요. '내가 하고 싶다는데 뭐 어때?' 이런 마인드가 생겼어요.

빛하믹주: '나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이 점을 깨달았어요.

저는 평생을 왜소한 체형으로 놀림을 많이 받았는데, 드랙에서는 오히려 제 장점이 되고 사람들이 사랑해주셨거든요.

저도 드랙을 해 보고 싶은데, 어려워 보여요. 드랙 팁을 주신다면?

빛하믹주: 일단 시작해보세요.

나나영롱킴: 도전을 하는 게 힘든 거지, 막상 시작하면 별거 아니에요.

빛하믹주: 드랙이라는 게 그냥 막 찍어 바르고, 낙서하는 거 자체거든요.

나나영롱킴: 손이 가는 대로 해보세요. 메이크업이 엉망이 되고 삐뚤삐뚤해도, 그것도 나 자신이고 드랙이니까요. 저희도 아직 눈썹 짝짝이로 그려요.

젠더리스 패션모델 | 음혁진

음혁진 모델의 온라인 퀴퍼 캐릭터
음혁진 모델의 온라인 퀴퍼 캐릭터

나 음혁진은 이런 사람!

음혁진: 안녕하세요! 모델, 패션 인플루언서, 유튜버로 활동 중인 음혁진 그리고 '음공주'라고 합니다!

**'음공주' 뜻이 궁금해요.

음혁진: 제가 '공주 재질'이었나 봐요. 팬분들이 저를 “공주님~ 공주님~” 불러주시더라고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때 닉네임을 정해야 했는데, 팬분들에게 “음튜브 vs 음공주” 이렇게 투표를 부탁했어요. '음공주'가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정하게 됐어요.

음혁진 님의 온라인 퀴퍼 캐릭터를 소개해 주세요.

음혁진: 스스로 생각한 모습 자체를 담은 모습이에요. 특히 평소에 제 헤어가 밝은 탈색이어서, 화이트 컬러 머리를 골랐어요.

기억에 남는 온라인 퀴퍼 캐릭터가 있다면?

음혁진: 온라인 퀴퍼 캐릭터에 본인 얼굴을 합성했던 '나나영롱킴' 형의 캐릭터요.

특별히 퀴퍼에 헌정하기 위해 했던 스타일링이 있나요?

음혁진: 커밍아웃 후, 성소수자의 달에 여러 스폰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에 올라간 사진은 그냥 제 사진 중 하나였고, 보내드린 사진은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 캠페인을 위한 스타일링 룩이었어요. 프라이드 캠페인이다 보니,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평소보다 좀 더 과감한 스타일링을 했어요.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과 성소수자의 달 기념으로 콜라보한 모델 이미지.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과 성소수자의 달 기념으로 콜라보한 모델 이미지.

나에게 퀴퍼란?

음혁진: 퀴어들이 모여, 진보적인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진행하는 1년 중 가장 큰 축제!

오프라인 퀴퍼에 참여한 적이 있나요?

음혁진: 예전에는 지금처럼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오픈리 퀴어라고 밝히는 등 제 정체성을 오픈할 만큼 당당하지 않았어요. 소심하게 제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가다 보니, 퀴퍼 행사를 SNS로 보기만 하고 용기 내 참여하지는 못했어요. 😔

오픈리 퀴어(openly queer): 성소수자 정체성을 타인이나 사회에 드러내는 사람. 정체성을 밝히는 데 있어 '커밍아웃'이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오픈리 퀴어는 보다 지속적이고 넓은 집단을 향한다는 차이가 있다.

퀴퍼를 기념하기 위해 음혁진님 만의 방식으로 즐기신 일이 있으신가요?

음혁진: 퀴어 친구들을 만나서 소소하게 떠들고 놀면서 기념했어요!

음혁진 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스타일링 이미지들이 되게 묘하더라고요. 한 얼굴 안에서도 아이 같아 보이기도, 오랜 세월을 거쳐온 사람 같기도, 여자 같다가도 남자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다르게 보였어요. '음공주'의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음혁진: 스타일에 정의를 두고 입지는 않아요. 그래도 스타일을 염두에 둘 때 항상 '젠더리스 '가 포함되다 보니 '젠더리스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젠더리스(genderless): 남성, 혹은 여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패션.

음혁진님 만의 스타일을 만들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음혁진: 지금 스타일을 찾기까지 5년은 걸렸어요. 처음에는 무작정 예뻐 보이는 옷들만 입었어요. 어느 순간, 제가 입고 싶은 스타일에 공통점이 보였어요. 그게 주로 여성복이었는데, 원피스나 치마, 하이힐이어서 젠더리스 스타일로 정의하고, 그 방향으로 스타일을 쌓아 왔어요.

음혁진님 스타일에 대한 반응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음혁진: 좋은 반응도 많았지만, 나쁜 일이 기억에 잘 남는다고 하잖아요.

어느 날은 원피스에 부츠를 신고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50대 남성분이 혀를 계속 '쯧쯧' 차더라구요. 그분이 저에게 말을 걸어서 “네?”하고 대답했더니, 제가 남자라는 걸 알아차리고 놀라더니 갑자기 “남자가 '그것'을 달고 태어났으면 남자답게 살아야지 어디 살을 보이고 여자 옷을 입냐.”며 언성을 높이더라고요.

그 공간에 저와 그분밖에 없기도 했고, 그때는 젠더리스 스타일로 입은 지 얼마 안 된 데다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가 아니어서 그냥 지하철을 내렸던 기억이 있어요.

길거리를 걸어 다닐 때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거나, 눈살을 찌푸릴 때도 있고요. 특히 제가 남자 화장실에 가면 사람들이 항상 놀라서,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자.'라는 생각으로 공중화장실을 잘 가지 않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실험하고 싶은 스타일이 있다면?

음혁진: 록 펑크(rock punk) 스타일이요. 여성 드레스도 입어보고 싶은데, 제 우아한 면도 보여주고 싶어서요. ㅎㅎ

젠더리스 스타일이 '라이프 스타일'과도 이어질 것 같아요. 음혁진님의 삶의 모토가 있나요?

음혁진:

젠더리스 스타일을 입으려면 남들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해요. 그게 제 인생의 모토인 것 같아요. "남들 눈치 보지 말고 내 마음대로 살자!"

젠더리스 스타일 패션 팁을 주신다면?

음혁진: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도록 입어보세요. 단, 젠더리스 스타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남자가 여자 옷만을, 여자가 남자 옷만을 입는 건 이분법적이라고 봐요.

마지막 한마디!

음혁진: 퀴어 프렌들리한 사회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도록 노력할 거예요. 한국에 있는 모든 퀴어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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