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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에디터 우리

2021-07-06

온라인 퀴퍼를 찾아서

'응-🤷‍♀️ 내 자식 퀴어', 온라인 퀴퍼에 함께 한 사람들

성소수자 부모모임, 시셰퍼드 코리아, HIV 감염인 커뮤니티, 무의의 이야기

퀴어

에디터의 말

매년 6월이면 친구들과 함께 반짝이를 바르고 서울 시청역으로 나갔습니다. 혐오 세력과 경찰들 사이를 헤치고, 노점상에서 산 얼음물을 들고 서울광장에 입장했습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햇볕과, 인파가 내뿜는 뜨거운 숨결 속에서 각 단체의 부스를 차례차례 돌았습니다. 무지개빛을 입힌 단체들의 로고 스티커도 받고, 퀴어 굿즈도 사고, 무대 위 공연도 보고, 퍼레이드 트럭 뒤에서 같이 몸을 흔들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퀴어 퍼레이드(이하 퀴퍼)가 온라인으로 열린 지 올해로 두 해째. 현장의 열기는 직접 느끼기 어렵더라도, 스크린 너머로 퀴퍼에 참여한 다양한 단체들의 마음을 들어보았습니다.

인물소개

성소수자부모모임(PFLAG)

시셰퍼드 코리아(Sea Sheapherd Korea)

청소년・청년 HIV 감염인 커뮤니티 '알'

장애인이동권증진 협동조합 '무의'

"응-🤷‍♀️ 내 자식 퀴어." |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소개해 주세요.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으로, 우리의 자녀들을 지지하고 차별에 맞서는 모임이에요. 우리의 자녀뿐 아니라 모든 성소수자에 연대하는 앨라이들의 모임이기도 해요. 저는 이 모임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메이'라고 합니다.

앨라이(ally): 성소수자 비(非)당사자로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사람.

온라인 퀴퍼 캐릭터,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성소수자부모모임: 제 딸이 만들어 줬어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딸에게 저희 모임의 온라인 축제에 사용할 웹 디자인을 의뢰했거든요.

'응-🤷‍♀️ 내 자식 퀴어' 문구, 어떻게 쓰게 됐나요?

성소수자부모모임: 저희 단체 슬로건 중 하나에요. 성소수자인 내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과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성소수자 대명절 퀴어퍼레이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성소수자부모모임:

부모로서 성소수자 자녀를 응원하는 뜻을 당당히 드러내는, '커밍아웃의 날'이에요.

커밍아웃(Coming Out): 성소수자가 스스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일.

오프라인 퀴퍼에 참여하셨을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성소수자부모모임: 2019년 서울 퀴퍼 때였어요. '성소수자부모모임'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 중이었는데, 인도에서 지켜보던 시민분들이 저희를 보고 엄지를 치켜 세워 주거나, 손을 흔들어 주셨어요. 저희도 그분들께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현했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행진 중에 70대 어르신께서 저희에게 다가와 음료수를 쥐어 주셨어요. 너무 감동이어서 눈물까지 났어요.

성소수자 대명절 퀴어퍼레이드, 또 어떻게 즐기고 있나요?

성소수자부모모임: 온라인 부스를 열었어요. '커밍아웃 워크샵' '부모모임 이름짓기 공모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인스타그램 계정에 온라인 부스를 마련했으니 많은 방문 부탁드려요^^

인상깊게 본 다른 온라인 퀴퍼 참여자가 있었다면?

성소수자부모모임: 여러가지 과일로 장식한 두건을 두르고, "다를 수도 있지"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캐릭터요.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과일들 각각의 향과 맛, 모양이 모두 다르듯이 자연의 일부인 우리도 모두 존재 자체로 빛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한 마디!

성소수자부모모임: 내년 퀴퍼 때는 꼭 서울광장 한 복판에서 만나 축제를 즐겨요!

차별금지법을 응원하는 벨루가 | 시셰퍼드 코리아

시셰퍼드 코리아를 소개해 주세요.

시셰퍼드 코리아: 시셰퍼드는 해양 생물을 지키고, 해양 서식지 파괴를 멈추는 활동에 참여하는 글로벌 해양환경단체에요. 시셰퍼드 코리아는 한국의 바다를 지키는 일에 힘쓰고 있어요.

온라인 퀴퍼 캐릭터를 소개해 주세요.

시셰퍼드 코리아: 벨루가(흰돌고래)와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 캐릭터에요. 벨루가 캐릭터는 한화 여수 아쿠아플라넷에 혼자 남은 '루비'를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한화 여수 아쿠아플라넷: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 엑수포 해양공원에 있는 수족관.

왜 벨루가를 온라인 퀴퍼 행진에 참여시켰나요?

시셰퍼드 코리아: "동물과 인간은 연대할 수 있다."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아직 동물을 인간보다 낮은 존재로 보거나, 차별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힘을 내고 당당히 인간들 사이를 유영하는 벨루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수족관에 갇힌 '루비'가 퀴퍼에 나와 자유롭게 행진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시셰퍼드 활동가와 나란히 걷는 모습도 연출했어요. 우리는 함께 걸을 수 있는 존재니까요.

온라인 퀴퍼 게시물에 이렇게 설명하셨는데요. "차별금지법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이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요." 환경 운동과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 주세요.

시셰퍼드 코리아: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동물까지, 모두가 안전히 숨쉴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젠더, 성별, 인종, 종, 자연 등 자신과 다른 존재를 차별하는 일은 모두 이어져 있어요.

차별을 멈추기 위해서는 차별들을 더 넓은 관점에서 고민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해요.

오프라인 퀴퍼에 참여했을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시셰퍼드 코리아: 퀴어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단체뿐 아니라, 구글 등 일반 기업이 퀴퍼에 참여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사실 퀴어 이슈와 무관한 단체는 없다고 생각해요. 언뜻 보면 퀴어 이슈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곳이라도, 그 구성원의 누군가는 힘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퀴어 대명절' 퀴퍼, 또 어떤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시셰퍼드 코리아: '성소수자의 달(Pride Month)'을 기념하는 시셰퍼드의 로고를 만들었어요. 기존 로고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컬러를 입히고, 6월 한 달 동안 SNS 프로필 사진으로 썼어요.

인상깊었던 다른 온라인 퀴퍼 참여자가 있었다면?

시셰퍼드 코리아: 축제 현장에는 쓰레기가 많이 생기잖아요. 이 점을 생각하고 플로깅하는 모습으로 만든 점이 인상 깊었어요. 나중에 오프라인 퀴퍼가 열리면, 모두가 쓰레기를 줄이면서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

플로깅(Plogging): 스웨덴어 '이삭을 줍다(Plocka Upp)'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 산책하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보호 활동을 말한다.

마지막 한 마디!

시셰퍼드 코리아: 우리의 힘은 '연대'에서 오는 것 같아요. 차별과 억압, 경쟁이 심한 이 사회에 그 힘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싣고, 응원해 주면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오지 않을까요?

"HIV 감염인은 범죄자가 아니야!" | 청소년･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

청소년･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을 소개해 주세요.

알: 우리나라의 청소년 및 청년들의 HIV･AIDS 감염인을 위한{" "} 자조 모임이자, 국내의 HIV･AIDS 인식과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HIV･AIDS 감염인 간의 지지 네트워크를 만들고, 동료 상담을 비롯해 인권이 침해받는 상황에 대응하기도 해요.

HIV･AIDS: HIV는 바이러스를 말하며, AIDS는 그 바이러스가 질병으로 발전돼 면역이 결핍된 상태다. HIV에 감염된 사람 모두가 AIDS 환자는 아니다.

자조 모임: 어떤 문제를 공유하는 당사자들이 서로 지지와 도움을 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임.

온라인 퀴퍼 캐릭터를 소개해 주세요.

알: 온라인 퀴퍼 캐릭터가 들고 있는 "HIV 감염인은 범죄자가 아니야!" 문구는, 커뮤니티 알의 핵심 슬로건이에요.

우리나라의 에이즈예방법 제 19조는 HIV 감염인의 콘돔 없는 성관계를 무조건 범죄로 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HIV에 대해 많은 의학적 발견이 있었지만, 법은 그대로에요. 이 법이 HIV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HIV 감염인을 예비 범죄자로 만들기 때문에, 조기 검진을 꺼리고 치료를 받지 않게 되니까요. 이런 뜻을 알리고 싶었어요.

온라인 퀴퍼 행진 캐릭터, 특히 살리려고 했던 포인트가 있나요? 왜 그 부분에 포인트를 주었나요?

알: 퀴퍼 캐릭터 상의에 HIV･AIDS 운동 슬로건인 'U=U'을 적었어요. '미검출(Undetectable) = 미감염(Untransmittable)'이라는 뜻이에요.

보통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무조건 AIDS 전파자가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HIV 감염인이 콘돔 사용 수칙을 정확히 지킨다면 100% 가까이 전파를 예방할 수 있어요. 또 치료를 통해 체내 HIV 바이러스가 일정 기간 이상 검출되지 않으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없어요. 유엔 에이즈 계획(UNAIDS)뿐 아니라 60개 국가와 400개 단체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의학적 사실이랍니다.

'미검출=미감염'은 HIV･AIDS 감염인에 대한 편견, 낙인, 비하를 줄이고, 감염인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하기 위해 널리 알려져야 하는 사실이에요.

'ㅇ+ㄹ' 은 알의 로고에요. '알'을 한글 자모로 풀었고, 'ㅏ' 부분에 '-'를 더해 HIV 검출 결과 양성을 뜻하는 'positive'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우리는 positive한 사람들이에요!"라는 메시지에요.

캐릭터가 들고 있는 풍선 속 레드 리본도 HIV･AIDS 운동의 상징이에요.

같이 행진중인 동물은 알파카에요. 알파카는 커뮤니티 알의 정기후원인을 뜻해요. '알'을 따듯하게 품어주는 '파카' 같은 분들이죠.

성소수자 대명절 퀴어퍼레이드, 커뮤니티 알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알: 퀴퍼에는 2014년 이후로 두 번 정도를 제외하고 꾸준히 참여했었어요. 처음엔 저희가 얼굴이 노출될 때 혐오세력의 공격을 받을까 봐 우려했는데, 나쁜 일은 없었어요. 퀴퍼는 세상에 우리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 첫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전에 오프라인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었다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알: 처음 퀴퍼에 참여했을 때, 레드리본 대신 빨간 손수건을 만들어서 배포했어요. 사람들이 알아서 가져가게 했는데, 예상보다 참여가 적었어요. 손목에 손수건을 직접 묶어드리는 방식으로 바꿨는데, 그 때부터 사람들이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더라구요.

그분들께 하나하나 묶어 드리면서 커뮤니티 알을 열심히 소개했을 때 정말 짜릿했어요. '세상이 먼저 손을 내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기억에 남는 다른 온라인 퀴퍼 참가자가 있나요?

알: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응~ 내 자식 퀴어' 문구요. 우리 감염인들에게 그런 태도가 필요해요. 그분들 같은 부모님들도요.

마지막 한 마디!

알: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우리 모두가 겪어 나가고 있잖아요.

감염병을 먼저 겪은 사람들로서, 혐오와 질책으로 몸과 마음 모두 상처입은 분들이 먼저 보여요.

아픈 이들에게 온정과 위로가 필요해요.

"모든 다양성은 통한다." | 장애인이동권증진 협동조합 무의

장애인이동권증진 협동조합 '무의'를 소개해 주세요.

무의: '장애를 무의미하게 만들자'는 가치를 지향하는 협동조합입니다. 휠체어 접근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장애인 인터뷰 '무의미'를 기획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온라인 퀴퍼 캐릭터를 소개해주세요.

무의: '차금법 GO 문구 + 무지개 + 휠체어' 조합이에요. 모든 다양성은 통한다는 걸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작년 온라인 퀴퍼에도 참여했는데, 올해는 더 다채로워져서 즐겁게 만들었어요. 행진은 즐거워야죠! 대체 텍스트를 넣는 방법도 더 다양해져서 좋았어요.

대체 텍스트: 시각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위한 대표적인 방법. 웹 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화면 낭독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 장애인이 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문구.

온라인 퀴퍼 캐릭터 게시물 소개말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달리는 휠체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 주실 수 있나요?

무의: 우리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소수자이니까요.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어요.

소수자의 연대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어요. 그 연대를 넓힐 때, 가급적이면 일상적이고 경쾌하길 바라요. '무의'의 영문 슬로건이 "Making disability sexier(장애를 더 섹시하게)."예요. 장애인권운동은 워낙 열악한 환경을 바꾸려다 보니 엄숙하고 처절한 면도 있어요. 그 경계에 '무의'가 있길 바라요.

퀴어 퍼레이드, '무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무의: '무의' 활동을 시작할 때 한 교수님이 "아이와 자주 거리에 나가달라."고 격려를 해주셨어요.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과 어울려 사는 경험이 된다는 거죠. 퀴퍼도 그렇게 '드러냄으로써 어우러지는' 의미가 있어요.

성소수자 대명절 퀴어 퍼레이드, 또 어떤 방식으로 즐기고 있으신지 궁금해요.

무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제작한 "투쟁없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검은색 티셔츠를 일주일 내내 입고 다녔어요.

기억에 남는 다른 온라인 퀴퍼 참가자가 있나요?

무의: 작년 온라인 퀴퍼에서는 일부러 '퀴어 퍼레이드' 해시태그를 걸어서 혐오의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게시물이 있었잖아요. 올해는 그런 게시물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고무적이에요!

마지막 한 마디!

무의: 온라인 퀴퍼 캐릭터를 메타버스처럼 만들면 좋을거 같아요. '무의'의 꿈 중 하나는 휠체어를 타는 모습 등, 장애가 반영된 캐릭터가 어느 곳에서든 보이는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이 사회가 장애를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미국 스타트업 '도어랩스(Door Labs)'와 '포용적 메타버스' 구축을 위해 협력 중이에요. 저희가 메타버스를 만들게 되면, 닷페이스의 퀴퍼 캐릭터도 들어와 주세요!

메타버스(Metaverse): 현실처럼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공간.

이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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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퀴퍼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