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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
2022-01-19
닷페이스가 이재명 후보를 만났다

"차별금지법은 하는 게 맞죠, 맞는데…"

닷페이스가 이재명 후보를 만났다 [차별금지법 편]

차별금지법
대선
2022대선
대통령선거
대선공약

에디터의 말:

정치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가끔은 거기서 피로를 느껴요. 내 삶과 별 관계가 없는 것 같고, 법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한참 멀리 있는 것만 같고, 모르는 얘기만 하면서 서로들 시끄럽게 싸우기만 하는 것 같고.

2022년 3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닷페이스는 이 거리를 조금 좁혀보기로 했어요. 미래의 대통령이 될 후보와 1:1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각자의 삶 속에서 마주친 현실을 이야기하고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요.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만났습니다. 세 가지 주제로 이야기해봤어요. 차별금지법, 직장 내 성평등, 페미니즘. 마지막으로는 온라인에서 닷페이스가 모은 질문과 댓글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대담할 첫 번째 주인공은 우야해영 씨입니다. 그의 관심사는 차별금지법입니다. 일차원적인 찬반 의견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제정해 나갈 것인지, 그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어서 나왔다고 해요.

인물소개

우야해영
우야해영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이재명 후보와 차별금지법에 대해 대화하러 나왔다.

이재명
이재명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우야해영: 안녕하세요.

이재명: 반갑습니다.

우야해영: MBC ❮100분 토론❯(1월6일 방영)에서 “차별금지법 하자, 제정해야 된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너무 반갑고 기뻤어요. 왜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5년 전, 2017년 대선 경선에 나갔을 때도 집중적으로 받았던 질문인데요. 사회 갈등 주제 아닙니까? 실제로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이유도 다양하고요.

그러나 우리 헌법이 정한 ‘자유와 평등한 세상’은 어느 영역도 무시하면 안 되죠. 성별 차이든, 국적이든, 피부색 등등.

그중에 성적 지향이 갈등의 핵심인데요. 그 점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가 많이 생산되고 있어요. 특히 교회를 중심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이야기하니까, 그걸 따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게 진실인가 보다’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상당해서 오해가 많이 생긴 상태예요.

그렇지만 저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보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한 얘기를 당연하게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런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해야 될 일인데 갈등 요소가 많은 상황이니까요. 충분히 대화해서 명분도 만들고 상당한 정도의 합리적인 공감을 이끌어낸 다음에 처리하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라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그 말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는 명분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저는 실제로 사회적 합의를 해야 된다고 봐요. 그렇다고 그게 예외 없이 모두가 동의한 상태를 말하는 건 아니고요. 대체적으로 합리적인 사람들이 ‘맞는 말이다’라고 공감하면 처리하면 되죠.

우리 사회는 이런 갈등 주제에 대해서 논의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을 안 하려고 해요. 제 경험으로는 아무리 심각한 갈등 주제도 대화를 통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정리하자면 우리가 가야 될 길은 분명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은 너무 지연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강행 처리할 일은 아닙니다. 그럼 갈등이 더 격화될 것이고, 불합리하게 반대하는 측에 명분을 주게 될 가능성이 많죠.

저는 국회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서 우리 국민들께 이런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불합리한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이 입지가 매우 좁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입법하자는 거죠.

우야해영: 사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 찬성하는 사람들이 71.2%잖아요. 굉장히 높은 국민적 합의 수준을 이미 이룬 것 같은데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만들어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실까요?

❮한겨레❯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11월 전국 성인 102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1.2% 였다. (매우 찬성 32.9%, 대체로 찬성 38.3%)

이재명: 국회에서 공청회를 하든지 실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준비를 해야죠. 근데 안 하잖아요.

우야해영: 이런 주제에 대해서 공청회나 토론회가 열려도 거의 찬성이냐, 반대냐로만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수준으로 논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누구도 차별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것을 전제로 놓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요.

이재명: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차별금지법이 갈등 주제인데요. 갈등이라고 하는 거는 이해관계가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선량하게 합리적 판단을 하는데, 정보가 부족해서 잘못 판단하는 거라면, 쉽게 얘기할 수 있죠. 그런데 의도가 있거나 이해관계가 걸리면 그건 설득되지 않습니다.

결국은 합리적인 제3자의 입장이 중요하죠.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일은 법으로 만들 필요가 없어요. 그냥 하면 되지, 그걸 뭐하러 법으로 정합니까. 그런데 일부가 동의할 수 없는 일인데 해야 될 일이기 때문에 법을 만들어서 강제하죠.

저는 사회적 갈등과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털어놓고 얘기하자, 있는 대로 얘기하자, 이런 의견입니다. 대체적으로 합의가 된 때에 입법하는 건 무리가 없겠죠.

우야해영: 근로기준법을 예로 들어볼게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런 법이 존재하는 것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법이 있으니까 준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갈수록 퍼지는 과정과 투쟁이 있었잖아요?

세상이 차별금지법 하나로 확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근로기준법처럼,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어떤 것이 차별인지 사회 전체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얘기를 바꿔볼게요. 후보님, 혹시 전국에 퀴어문화축제가 몇 개 열리고 있는지 아시나요?

이재명: 한 해예요? 숫자는 잘 모르겠는데요. 서울에서 규모가 큰 게 열리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우야해영: 전국에 9개 정도의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경남, 제주 등등… 코로나가 없었던 시기에는 15만 명 이상이 퀴어문화축제에 모였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퀴어문화축제에 간다는 것, 어떤 이유일까요? 후보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재명: 다양하겠죠. 커밍아웃하듯이, 사회적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운동으로 참여하시는 분이 대다수일 것이고요. 구경삼아 가는 분도 계실 테고요. 경비하러 가는 경찰도 있을 테고. 어쨌든 충돌하는 영역에 있으니까요.

우야해영: 저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보면요. 1년 365일 중에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날이 딱 하루더라고요. 바로 우리 지역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날이요.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도 되고, 나의 모든 정체성이 인정받는 날인 거죠.

그래서 그런 고민이 들더라고요.

우리 존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까? 이게 어울리는 단어인가?

이재명: 존재 자체를 사회적 합의로 인정하자는 건 아니고요. 그것은 원래 있는 거죠.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한 핵심적인 논쟁의 근거도 그 부분이라고 보는데요. ‘성적 지향이 선택할 수 있는 거냐, 선택할 수 없는 거냐.’

분명한 건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하자는 의미가 존재 자체를 사회적으로 합의하자는 건 전혀 아니고, 그럴 수 없죠. 그야말로 그 얘기 자체가 가장 인권 침해적일 테고요.

다만 하나의 사회적 규범으로 명시해놓는 것. 그 정도에서 합의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건 별로 무리가 없다고 보거든요. 누구한테 의무를 부과하거나 부담을 주지 않으니까.

우야해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은 이런 부분 같아요. 예를 들면 일자리를 구할 때 내가 성소수자라고 해도 차별받지 않고 해고당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잖아요. 또 나의 파트너와 함께 주거 대출을 받거나 신혼부부 특별 공급 주택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이고요.

어떤 존재가 살아간다는 건 그냥 존재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 이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거든요.

사실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르죠. 누군가는 결혼을 했더라도 이혼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이성애를 하더라도 동성애를 하게 될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죠. 양성애를 할 수도 있고요. 내가 이렇게 살아가야겠다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부분이잖아요.

그런 선택과 결정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것, 그걸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이재명: 그 문제는 사실 한 발 더 나간 건데요. 예를 들면 국가가 그 점을 차별하지 않는 것은 맞는데, 개인에게까지 차별을 금지할 것이냐.

목사님들이 제일 먼저 얘기한 사례가 그거예요. “동성애 결혼식 주례를 거부했더니 제재를 당했다.” 이게 미국 사례인데요. 우리나라에서 현재 입법하려고 하는 법에는 그런 제재는 없는 거잖아요. 양보를 한 거겠죠.

그런데 만약 제재를 한다면, 또는 동성혼을 허용하는 제도를 만든다면 저는 이 문제는 또 다른 거라고 봐요. 또 한발 더 나가는 거죠.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지금 단계에 그런 가정까지 하기에는 아직은 섣부르죠.

지금은 차별을 하지 말자는 것조차도 안 되는데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까지 과연 국민적인 동의가 가능하겠는가. 현재 단계에서. 그런 문제도 논의를 통해서 합의를 거쳐가야 된다고 보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하려고는 하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저는 사실 이상주의자는 아니에요. 이상을 가지고는 있죠. 그러나 현실에서 국민들의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행 가능한 것을 조금이라도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거대한 목표나 이상을 설정해놓고 그게 안 돼서 그냥 주장만 계속 하고, 갈등만 격화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차라리 조금이라도 실행을 하자, 이런 입장이죠.

우야해영: 하지만 조금 전에는 ‘모두의 합의를 받아야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어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합의라는 걸 만들어가실 예정인지 궁금한데요.

사실 합의는 이미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계속 들어요. 14년 동안 계속 시민 사회가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했고요. 실은 너무 늦은 것 아닐까요?

이재명: 결국 최종적으로는 입법의 형태로 나타나게 될 텐데 생각만큼 국회의원들의 최종적인 입법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부담을 갖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대통령도 사실은 직접적 권한이 있는 사람은 아니고.

저의 입장은 하는 게 맞다, 그게 헌법 이념에 합치한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된다는 것인데요. 다만 갈등이 너무 격화되고 있어서 그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절차와 명분을 지켜서 하자는 입장이죠.

우야해영: 요즘은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들한테 사과받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지난번에 후보님이 서울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대에게 “다 했죠?”라고 말씀하시고 가는 걸 보면서도… ‘진짜 그냥 가신 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재명: 그건 제가 보니까 좀 너무 지나치게 쌀쌀맞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더라고요.

저로서는 예정된 생중계 토론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버려도 그만인데 얘기는 들어보자고 했던 거였는데요. 너무 심하게 오래 계속되고 목소리도 커져서 제가 약간 감정적 반응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 말 걸 그랬어요. (웃는다)

우야해영: 어떻게 보면 잘 듣는 것만으로도 엄청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같아요. 물론 ‘듣고 또 끝나네’ 이런 느낌으로 가버리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추진되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재명: 네, 그렇죠.

우야해영: 사람들은 어떤 존재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혐오하는 것 같고, 나와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차별하는 것 같아요. 혹시 후보님은 혹시 주변에 성소수자 친구나 지인이 있나요?

이재명: 친구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사람 중에 아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야해영: 제가 후보님의 첫 성소수자 친구가 되겠습니다.

이재명: 진짜예요? 그래요.

우야해영: 후보님의 첫 성소수자 친구로서 차별과 혐오의 사회를 바꿔나가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이재명: 네, 고맙습니다. 많이 도움됐어요. 사실은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일로 차별받으면 억울하지요. 억울한 사람 없는 세상 만드는 게 내 꿈인데.

Q. 이재명 후보와 차별금지법에 대해 대화해본 소감은?

우야해영: 사회적 합의에 대한 말이 계속 나왔는데요. 양가감정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이미 과반의 국민이 찬성하는 문제인데, 그럼 더 어떤 합의가 필요하지?’ 의문이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어쨌든 법이라는 게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 과정을 잘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한 건 맞는 거 같아요.

‘다했죠?'에 대한 답변은 조금 아쉬웠어요. ‘앞으로 좀 더 좋은 태도로 듣겠다’ 이렇게 얘기하셨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이런 온도 차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게 되네요.

저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지난 대선보다는 높은 수준의 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땐 찬성하냐 반대하냐 정도가 다였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제정할 것인지로 넘어왔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논의를 거부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요. 제가 첫 번째 성소수자 친구가 되겠다고 했을 때 ‘고맙다. 친구 되자. 이미 친구다’라고 얘기했던 점에서 같이 변화를 만들어갈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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