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위장 결혼 할래?' 친구들끼리 집 구하기 어렵다고 한탄 할 때 자주 하는 농담입니다. 반쯤은 진지합니다. 청년일 때보다 신혼부부일 때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좀 더 넓고, 해가 잘 드는 집을 마련하려면 평생 벌어도 모자란 현실입니다.
종종 함께 집을 구해 살자는 친구도 있었지만, 싸워서 사이가 틀어질 일이 걱정돼 거절했던 적도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한 집에서 울고 웃는 삶을 그리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나 드라마 <청춘시대>는 그저 TV 속 판타지일까요.
하지만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며 사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쉐어하우스(sharehouse) '선녀방' 입니다.
3년째 운영 중인 이 공간에는 1인실 1개, 2인실 2개가 마련돼 있고, 현재 다섯 명이 살고 있습니다. 쉐어하우스 주인인 장신재 씨는 오랜 원룸 생활을 거친 끝에 더 나은 집에서 외롭지 않게 살고 싶다고 마음먹었고, 2019년 직접 쉐어하우스를 꾸렸습니다.
선녀방은 '선한 여자들의 방'이라는 뜻입니다. 입주 계약 시 '선녀방 선서문'에 동의하면 관리비 만 원을 깎아 줍니다. 다른 내용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 세상에 선한 일을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열 아홉살 페르시안 고양이 '호동이'가 맞이하고, 임시 보호중인 고양이도 곳곳에 웅크리고 있는 선녀방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선녀방 창립자이자 운영자. N잡러. *ENTJ
현재 입주자 중 최장기 거주자. 선녀방 SNS 담당, 마케터. ENTP
프렌즈를 꿈꾸며 입주. 직장인. ENTP
프렌즈를 꿈꾸며 입주. 직장인. ENTP
선녀방 신입, 대학생. ENFP
*선녀방의 현재 멤버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MBTI 성격 유형 중 'E(Extraversion)'로 상징되는 외향적 성격이라는 점을 즐거워합니다. 닷페이스는 MBTI가 과학적이라고 여겨 표기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살아 보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궁금해요.
장신재:
자취를 오래 하면서 더 큰 집에 살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혼자 부담하면 그럴 수 없잖아요. 보통은 그 단계에서 결혼을 많이 하죠.
저도 결혼이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근데 그게 내가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해서가 아니고, 더 크고 더 좋은 집에 가고 싶었던 게 컸던 거죠.
어느 순간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걸 깨닫고, 결혼한다는 선택지를 조금 접어 두니까 다른 선택지가 보였는데, 그게 쉐어하우스였죠. 제가 사람도 엄청 좋아하니까 '크고 좋은 집에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 수 있겠다, 여러 가지로 이득이겠다' 생각했어요.
박선정: 비슷해요, 사실. 같이 사는 게 원룸에서 혼자 사는 가격이랑 차이가 많이 나진 않아요. 작년부터 코로나 상황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잖아요. 친구들도 못 만나고, 사람도 못 만나고, 더군다나 저는 공부를 하니까, 거의 고독사가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집에만 계속 있었어요.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아, 좀 더 좋은 컨디션의 집으로 가고 싶다, 근데 현실적으로는 선택지가 결혼을 해서 신혼집을 꾸리거나 본가에 가는 것밖에 없는데, 뭐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쉐어하우스라는 게 그때서야 생각이 나더라고요.
박나림: 저는 대학교 신입생인데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못 가니까, 새로운 사람 만나고 싶은 생각이 너무 컸어요. 맨날 만나던 고등학교 중학교 친구들만 만나니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놀고 싶은 게 너무 커서 들어오게 됐어요.
전아영: 본가보다 쉐어하우스에서 재택하는 게 근무환경이 훨씬 좋아요. 이 집에는 빔프로젝터나 에어프라이어 같은 가전기기들도 구비되어 있어요. 일단 집도 넓고요.
윤영은: 저는 평소에 바쁜 편인데, 자취하면 그릇도 식재료도 '사야 돼, 사야 돼'의 연속이잖아요. 여기는 이불만 한 채 들고 왔거든요. 진짜 편의성이 최고 메리트였어요.
여럿이 함께 산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 반응이 어땠나요?
너 그거 드라마니까 그렇지, 실제로 살아보면 엄청 끔찍할 걸?
장신재: 부정적인 얘기를 훨씬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원래 알던 친구도 아니고 생판 모르는 사람이랑 5명이나 같이 사냐"구요.
그런데 저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나랑 비슷한 사람이 세상에 4명 정도 더 있다는 확신이요. 모두의 맘에 들 필요는 없거든요, 사실. 실제로 3년째 너무 잘 살고 있어요.
전아영: 저는 들어와서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의무적으로 살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이니까, 살아 보고 맘에 안드는 게 있었으면 당연히 나갔겠죠. 앞으로 좀 더 오래 살 것 같아요.
친구들 가끔 데려와서 보여주는데, "나는 셰어하우스가 어떤 공간인지 몰랐는데 와서 보니까 나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서로 생활 방식은 잘 맞나요?
박선정: 사실 같이 살면, 혼자 사는 거에 비해서는 불편한 점이 없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런 점들을 통해 서로 이야기도 더 할 수 있고, "이런 거 이런 거 고쳐줄 수 있냐, 어떻게 더 같이 재밌게 잘 살까" 이런 고민을 같이 많이 하거든요.
장신재: 서로가 다르다는 걸 아니까 서로 배려해 주는 것도 있고, 또 이 친구가 나랑 달라서 좋은 점도 있어서 점점 생활 방식이 맞춰지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 서로의 이미지가 있어요. 예의도 바르고, 사람을 배려할 줄도 알고, 사람을 좋아하고, 자기 일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살고, 서로 존경할 점이 있다는 게 확 느껴지면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구요. 그런 친구들이 들어와서 실제로 잘 어우러져서 저는 크게 달랐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박선정: 이건 좀 현실적인 부분인데, 제가 2인실을 1인실처럼 쓰고 있거든요. 룸메이트들이 집에 잘 안 들어오는 편이어서, 아직까지는 '내 방에 손님이 가끔 찾아 온다, 즐겁다' 이런 느낌이에요.
만약 영은이나 신재언니처럼 붙어서 살면 어떨지 궁금하긴 해요. 아직까진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갑자기 소소한 얘길 하고 싶을 때 나오면 사람들이 있어요. 그 밸런스가 지금 잘 맞아요.
장신재: 저는 2인실을 쓰고 있는데요. "네가 집주인인데, 왜 제일 안 좋은 방을 쓰냐"는 말을 진짜 많이 들어요.
제가 1인실을 쓰고 싶은 사람이면 셰어하우스 공동체를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외로움도 많이 타고 겁도 많아서 잘 때 근처에 누가 있는 게 훨씬 마음이 편안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2인실, 2층 침대 쓸 때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좋았어요.
전아영: 나중에 여길 나가더라도 비슷한 형태의 다른 공동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같이 살아보니 생각보다 괜찮고 좋은 점이 많았어요.
장신재: 5명이 살아도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아요. 물론 2인실이나 복작복작함이 불편한 사람을 굳이 설득하고 싶진 않아요. 그런 사람은 그런 성향이고, 저희는 이게 맞는 거고. 또 셰어하우스가 모두를 위한 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걸 서로 재단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 거죠.
박선정: 혼자 살 때보다 오히려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알아가는 거 같아요. 친구들은 너무 오래 만났거나, 같은 직장, 같은 일, 같은 분야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저에 대해 해주는 말이 정해져 있어요. 여기서는 정말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동갑이 아닌 사람들이랑 얘기하다보니 사고가 달라지고 폭이 넓어졌어요.
실제로 살아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인가요?
박선정: 네. 매우매우 가족 같은 분위기에요. 보통은 다들 걱정해요, 여러 사람들이랑 사는 걸. 게다가 저는 한 번도 (같이) 살아본 적이 없어서요. 쉐어하우스 사는 사람들도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사는 경우가 많지, 내가 살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잘 없어요. 저도 걱정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편한 것 같아요.
장신재: 감동.
박선정: 제가 평소에 이런 말을 잘 안하죠?
윤영은: 근데 인터뷰 할 때마다 말하는…
쉐어하우스 최소 거주 기간이 다른 곳에 비해 짧다고 들었어요.
박선정: 그래서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저도 다른 사람들과 살아보는 게 궁금하면서도 고민이 됐거든요.
그런데 선녀방 거주 계약서에 최소 거주 기간 3개월 조항을 보고 "3개월 후에 나가도 되니까, 한 번 살아볼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데는 더 길거든요.
전아영: 의무 입주 기간이 짧으니까, 이곳에 입주하기까지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 같아요.
회사의 수습 기간과 비슷하네요.
장신재: 보통 쉐어하우스 집주인 입장에선 오래 사는 게 좋으니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상관없이 장기 계약을 받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저도 집주인이 아니라 같이 사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서로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죠.
집을 보여준 다음, 대화하는 시간을 꼭 가져요. 그럼 그 친구의 꿈이나 살아온 배경이나 좀 더 넓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사는 도중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해결해나갈 수 있겠다', '아니, 좀 어렵겠다'하는 식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같이 살기 전 심층면접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공간 운영을 잘 하시네요.
장신재: 제 MBTI 성향이 ENTJ이기 때문에…. 연봉 1위 성향 ENTJ.
집안 일은 어떻게 분담하시나요?
윤영은: 아영은 <프렌즈>, <청춘시대> 얘기 보고 이곳에 왔다고 했는데, 저는 "저절로 깨끗해지는 화장실이 있다. 청소를 주인이 한다" 이런 말을 보고 '여기다'라고 생각했어요.
박선정: 어, 나도 비슷하긴 했어. 운영자가 공간에 상주하고 있으니까 좀 더 관리가 잘 될 것 같았어요.
장신재: 보통 쉐어하우스는 당번을 정해 주는데, 그게 불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청소 기준이 다른데다, 월요일이 청소당번인데 그 날 바쁜 일이 생겨서 청소를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일들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았어요.
우리 집은 엄청나게 큰 집이 아니니까 기본적인 청소는 제가 하되, 다들 같이 도와주는 방식이면 괜찮아요. 다만 저도 청소의 기준이 그렇게 높지 않아요. 나는 괜찮은데, 친구들 개개인이 '아, 좀 더 깨끗했으면 좋겠다'하면은 그 친구들이 청소를 하는 거죠. 자율적으로.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신재: 저는 같이 사는 사람을 가족이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왜냐면 핏줄인 가족도 같이 살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고, 같이 사는 사람 안에서도 구성원이 되게 다양하잖아요. 넷이, 셋이, 둘이, 계속 구성원들이 바뀌니까요.
그래서 저는 선녀방에 들어왔다 나간 사람도 여전히 가족이라고 생각을 하고…. 어떻게 보면 거대한 '선녀방 패밀리'인 거죠.
처음에 들어왔던 친구가 가장 먼저 퇴실할 때는 막 찡하고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저는 그걸 계속 버텨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 친구가 나가면 '우린 원래 하우스메이트였지만, 나가는 순간부턴 진짜 친구다. 그렇게 더 인연이 오히려 가까워지는 거다'라고 생각을 하고. 한 친구가 나가면 또 다른 친구가 들어올 수 있단 얘기이기도 하니까요.
가족의 풀을 늘려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나간 친구 중에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도 있어요.
윤영은: 언니 재작년 생일인가? 그때 선녀방에 살던 역대 구성원들이 거의 다 왔었어요. 코로나 직전. 그때 다같이 사진 찍고 막 이랬었거든요.
장신재: 이 친구들은 원년멤버를 모를 수 있지만, 같은 선녀방에서 살았다는 것만으로 공감대가 있어서 서로 빨리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이게 약간 학연, 지연처럼 '선녀방연'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친구들을 위해서 뭔가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더라고요. 좋은 친구들이 너무 많으니까 서로가 서로의 힘이 돼줬으면 좋겠고. 올해는 아마 못하겠지만.
전아영: 제가 이곳에 들어오기도 전이었는데 갑자기 자기 생일파티 한다고 해서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파티 포스터도 만들어서 보냈더라고요.
윤영은: 그때 드레스코드가 있어서 맞춰 입고 와야했어.
장신재: 화이트 컬러의 꽃을 들고 왔어야 됐었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지인을 데려와야 했고.
이런 말이 조금 이상할 수 있는데, 신재님의 장례식장도 기대되네요. 사람들이 많이 와서 광장을 채우는 모습이 상상돼서요.
전아영: 재밌겠다. (일동 웃음)
박나림: 아니, 장례가 재밌다는 게 아니고.
장신재: (웃음) 내 장례식 재밌게 해줘. 행복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선녀방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장신재: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은 친구들'이요. 이 친구들이 나가서 하나하나 자기 삶을 잘 살아나가는 걸 보면 제가 다 엄마 마음처럼, 내가 키워서 내보낸 것처럼 그런 뿌듯한 마음이 들고.
또 친구들이 너무 잘 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이 친구들이 땅을 많이 샀으면 좋겠다. 나도 좀 나눠주고. (웃음)
박선정:
안식처다. 생각보다 안식처라는 공간을 개인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이 없어요.
저는 본가가 따로 대구에 있는데, 여기는 서울에 있는 다른 집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어딘가로 나가서 돌아다니면서 살다가, 어느 날 여길 와도 허물없이 바로 따뜻하게 나를 맞아줄 수 있고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생각보다 '내 편'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한테 잘 쓸 수가 없는데, 진짜 그런 느낌이 들어요.
윤영은: 저는 '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일단 회사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집에 가고 싶다'이기도 하고. 그 의미가 물리적인 집이기도 하지만, 내가 제일 편하게 나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혈연 가족들이 있는 집보다 여기서 오히려 좀 더 저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너 이렇게 해야 돼. 너 왜 그런 모습을 하니?" 이런 식으로 말하시니까 저의 진짜 모습을 얘기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요.
근데 여기서는, '영은이는 원래 이런 애야'라고 생각하니까. 머릿속으로는 이해 못할 수 있죠. 그래도 '아, 그래, 어쩔 수 없이 쟤는 이상한 애구나'라고 받아들이니까요.
이상한 면도, 좋은 면도, 특이한 면도 다 그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받아 들여짐'이 있는 의미에서의 집인 거 같애.
전아영: '벽난로가 있는 거실' 느낌. 선녀방 생각하면 집에 들어올 때 뭔가 항상 따뜻한 느낌이 나고, 제각각을 녹이는 온도가 있잖아요. 거기에 맞춰서 나를 자연스럽게 녹여주는 따뜻한 느낌이 있는 거 같아요.
박나림: 저는 '이야기보따리'.
장신재: 말이 많다는 거지?
박나림: 아니 그게 아니고(웃음). (인터뷰어가) 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처음이시고.
장신재: 왜 이렇게 극존칭을 써? 아 오늘 군기 잡는 날인가.
박나림: 그리고 다들 각자 인생에서 경험하는 게 많으니까, 그런 얘기 듣는 것도 너무 새롭고요. 내가 알던 것보다 세상이 넓고 크구나 하고 느끼고. 얘기하는 게 재밌습니다.
선녀방에서 계속 살 계획인가요? 아니면 선녀방 이후의 삶도 상상하고 있나요?
장신재: 영은이가 가장 투명할 거 같은데. 오늘 아침에 하와이에 살고 싶다고 하던데.
윤영은: 저는 여러가지 버전이 있어요(웃음). 저는 오래 만난 남자친구가 있고, 결혼 예정이어가지고. 일단 결혼은 해서 둘이 살겠지만, 저도 사람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하고, 여기 전에 있던 셰어하우스에서도 거의 1년을 살았기 때문에 북적북적하게 사는 게 더 익숙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둘이 살면 굉장히 어색할 것 같아요.
장신재: 그러면 어떻게 해?
윤영은: 저는 나중에 은퇴해서 퇴직하게 되면, 소셜 다이닝처럼 살고 싶어요. 근데 제가 전통주 가게를 작게 하고 싶은데, 가게에 테이블을 이따만하게 놔가지고 모르는 사람들이랑 다같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전아영: 포석정.
*포석정: 신라 시대에 유상곡수(流觴曲水)의 연회를 행하던 곳이다. 유상곡수는 삼짇날에 술잔을 물에 띄워 두고, 왕과 귀빈을 비롯한 참석자가 물길을 따라 앉아서 술잔이 돌아오기 전에 시를 짓던 놀이를 일컫는다.
윤영은: 주거 공간은 2인 가정일 수 있겠지만, 생활 자체는 매우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살고 싶어요. 다 안 온다고 그랬거든요, 수원에 가게를 차린다고 했어서.
전아영: 나는 간다고 했어.
박나림: 저는 미국의 하이틴 생활을 굉장히 꿈꿨는데요. 2층, 3층짜리 큰 집에서 다같이 사는 거. 저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을 거 같습니다. 몇십 년 뒤에는 시골의 삶도 꿈꾸고 있어가지고, 결혼해서 영화 <리틀포레스트> 같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가끔 도시로 놀러갈게요.
박선정: 저는 도시가 너무 좋아요, 자연도 너무 너무 좋지만. 근데 이게 너무 갭이 크잖아요. 도시는 너무 도시적이고, 자연 풍경 볼 수 있는 곳에서는 인프라가 구축돼있지 않고. 그 도시와 자연이 잘 어우러진 곳을 찾아서 거기서 살고 싶어요.
윤영은: 남양주?
박선정: 그런 데도 좋고. 그런 곳에서 저도 결혼을 해서 남편이랑 경제적인 걱정 없이 그런 걸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꿈인데, 멋진 꿈 아닌가? 저도 취미나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해보지 않을까 같이.
전아영: 저는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은 사람이라서요. 여길 택한 것도 쉐어하우스를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외국인이랑 같이 사는 셰어하우스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비혼 여성들끼리 모여 살 수 있고, 결혼하더라도 다른 형태로 살 수 있잖아요. 다양한 형태로 사는 걸 계속 생각해볼 것 같아요.
장신재: 저도 나림이가 말했던 것처럼 정원이 있는 주택, 최소 2층으로 된 집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지금 집보다 더 커서 같이 막 가든에서 고기도 구워먹을 수 있고,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는 곳.
또 저도 결혼하고 아이도 갖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다 가져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근데 저도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선녀방을 만들었듯이 또 다른 방법을 찾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