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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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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4
2022년 대선 캐비닛

어떤 사람은 집이 1670채라는데, 대통령 후보는 어떻게 생각해?

2022 대선 캐비닛, 주거 공약 살펴보기 [다주택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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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시리즈 대표 이미지

1670채. 우리나라에서 가장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소유한 집의 개수입니다.

문득 돌이켜 보게 되네요. '나는 무언가를 동시에 1670개 가져 본 적이 있었던가?' 면봉이나 이쑤시개도 그만큼은 없을 것 같아요. 하물며 집. 태어나서 한 번도 한 채도 내 이름으로 가져본 적 없는 집.

2021년 10월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기준 주택소유 건수 상위 20위 소유자 현황' 자료.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만 그런 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43.68%가 집이 없어요. 서울은 51.3%이고요.

전체 가구의 절반쯤은 집이 0채, 한 사람은 1670채. 이런 양극화를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죠. 아무리 대통령이 집을 많이 짓겠다고 나서도, 어차피 부동산 부자들에게만 쏠린다면 그 중에 내 집은 없는 거고요.

그럼 한 가구당 주택을 몇 채 가지는 게 바람직할까요? 어떤 정책으로 그걸 유도할 수 있을까요? 대선 후보들의 구상을 정리해봤습니다.

2022년 2월 10일까지 업데이트된 대선 후보들의 정책 내용을 분석했다.

합의를 했네요 "내 집 마련, 도와드리겠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무주택자가 집을 사는 것을 도와줄 건가봐요.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부동산 투자나 투기는 나쁜 것으로 보고 막겠다는 후보들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1월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집과 땅이 투기소득의 원천이 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공약 발표 때는 "부동산 보유로는 이익을 볼 수 없게 하면 꼭 필요한 부동산 외에 보유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도 했고요.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9월 27일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며 "누군가의 불로소득은 누군가의 노동소득을 약탈한 결과입니다. 땀 흘려 일하는 보람이 자부심의 원천이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를 뿌리부터 뽑아야 합니다"라고 말했어요. '약탈'이라는 단어가 세네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부분은 같지만, 부동산 투기나 투자를 막아야 한다는 언급은 없어요. 10월 1일 경선토론에서 "제 주택 공약은 기본적으로 규제를 풀어서 민간 공급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가구 1주택? 1가구 2주택?

그럼 어떻게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막겠다는 것일까요? 꼭 필요한 집은 몇 채까지일까요?

심상정 후보는 '1가구 1주택'을 원칙으로 못박았어요.

그 이상 소유하는 것은 어렵게 만들겠다고 합니다. 1가구 2주택에는 세금을 중과하고, 3주택 이상의 소유는 제한하겠다고 해요.

여기서 '가구'란 집을 소유하는 단위를 말한다. 사실 정확한 법적 용어는 '세대'이다. 지금 시행되는 소득세법은 1세대 1주택까지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준다.

소득세법에서 1세대란, 함께 살면서 생계를 같이 하는 거주자와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 등이다. 즉 혈연과 결혼을 중심으로 같이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비혼인 경우 30세 이상이거나 배우자가 사망∙이혼한 경우에만 독립 세대로 본다.

3주택 이상 소유하려면 의무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합니다. 이 경우, 집을 다른 사람에게 의무적으로 25년 동안 빌려줘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집을 팔거나, 비우거나, 본인이 그 집에서 살 수 없어요. (지금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10년은 의무적으로 빌려줘야 해요.)

(이 글이 발행된 후인) 2021년 12월 21일 심상정 후보는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날 나온 발언 가운데 1가구 1주택에 관한 내용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이 정책을 적용해야 할 대상을 꼽았는데요. 고위 공직자입니다. 기자 회견문 전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모든 고위 공직자에게 1가구 1주택만 허용하겠습니다. (...) 공직자라면 1가구 1주택을 엄격히 적용해 정책윤리와 신뢰를 확립해야 합니다. 제가 이미 발의한 '공직자윤리법'을 반드시 개정해 정책 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직자의 1주택 소유를 법제화하겠습니다."(2022년 2월 9일 업데이트)

이재명 후보는 '실거주'를 강조합니다.

심지어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관적으로 "1가구 2주택까지도 실거주라면 생필품 수준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A지방에 부모가 사는 집이 1채 있는 상황에서, B지방의 대학에 간 자녀가 살 집을 1채 더 산다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실거주라는 거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걸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대학생 자녀가 살 집이라며 샀는데, 그 지역 집값이 많이 올라서, 되팔면서 이익을 얻게 되면 그건 투자나 투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실거주와 투자∙투기를 구분하는 기준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정책이 없어요.

1세대 1주택자에게 유리한 정책은 있어요. 대통령이 되면 종합부동산세를 재검토할 거라는데, 이 때 1세대 1주택자의 세율을 인하해 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하할 거라고 했기 때문에, 집을 1채 가진 사람보다 1670채 가진 사람에게 훨씬 이득일 수도 있어요. 양도소득세는 집을 팔면서 얻는 이득에 붙는 세금이거든요.

복잡한 세금 정책, 어떻게 한다는 건지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유지비랑 기름값 생각하면 차는 안 사는 게 이득이야." 실제로 운전 능력이 있는데도, 요즘 활발해진 공유차 서비스나 렌트카를 장기 임대하면서 차를 사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죠.

집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해 볼 수 있겠죠. 만약 집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돈이 많이 든다면, 여러 채 소유하려는 생각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렇게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야 하는 세금을 '보유세'라고 부릅니다.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토지세 등이 포함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많이 가질수록 보유세를 많이 낼까요? 가진 돈에 비해 그렇게 많이 내지는 않아요.

부동산 자산액 상위 2%는 자산 대비 실제로 내는 세금의 비율이 평균 0.18%에 불과해요. 상위 10~30% 구간과 30~70% 구간에 해당하는 사람은 가진 자산 대비 실제 세금을 내는 비율이 평균 0.1%로 같았어요. 거칠게 말하면, 위에서 15등이나 밑에서 35등이나 평균을 내 보면 똑같이 가진 자산에 비해 0.1%밖에 안 낸다는 뜻이죠. 부동산 자산 하위 30%는 아예 부동산이 없어서 세금도 0이고요. 그래프를 클릭하면 정확한 숫자를 볼 수 있어요.

민간 독립연구소 LAB2050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연구한 ❮한국의 부동산 부자들❯ 보고서 중 부동산 보유세 부담 부분. 전체 보고서는 여기서 읽을 수 있다.

심상정 후보, 이재명 후보는 기본적으로 보유세를 지금보다 높이겠다고 해요.

어떻게 올리겠다는 걸까요? 심상정 후보의 구체적인 방법은 이래요.

① 공시지가를 높입니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실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니라 '공시지가'입니다. 심상정 후보는 이 가격이 시가보다 너무 낮아서 세금이 너무 낮게 나오고 있다고 봤어요.

② 보유세 중 하나인 종부세를 현재보다 높입니다.
특히 기업이 갖고 있는 상가빌딩에 적용되는 낮은 종부세를 대폭 상향하겠다고 해요.

여기에 더해 '토지초과이득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겠다고 했어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대한민국 국토는 5천만 국민과 후손들이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재"이기 때문이라고요.

물론 지금도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토지세를 내야 하는데요. 심상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불필요한 토지 소유"에 중과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불필요한 토지 소유인지, 얼마나 세금을 더 붙이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안 나왔어요.

이재명 후보도 비슷한 얘기를 해요.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도입하겠다는 것인데요. 이것도 토지를 소유하면 내야 하는 세금이에요.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렇게 걷은 세금을 전액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데 쓸 예정이기 때문이래요.

그렇지만 토지분 종부세나 재산세와 이중과세 되지는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해요. 중과세를 하겠다는 심상정 후보보다는 약한 거죠.

이재명 후보는 주택 보유세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책이 없어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조세 부담, 금융 제한, 거래 제한을 강화한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실거주 주택이나 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부담과 제한은 완화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실거주'와 '비거주'를 어떻게 구분할지는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고요.

윤석열 후보는 아까도 말했듯이 일관적으로 보유세 부담을 낮추겠다고 합니다. 집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입니다.

(이 글이 발행된 후인) 2021년 12월 23일 윤석열 후보는 '세제 정상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 공약은 심상정 후보의 부동산 공약과 정반대로 갑니다.

심 후보가 공시지가가 시가보다 너무 낮다고 봤다면,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종부세를 현재보다 높이겠다는 심 후보와는 다르게 종부세를 폐지해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금 부담이 높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해당 정책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2022년 2월 9일 업데이트)

어떤가요? 여기까지 읽고 나면, 집 많은 사람만 더 많이 갖는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정책 철학을 대략 알 것 같지 않나요? 어떤 대통령이 되는 게 그나마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 가까운지, 맞춰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요.

네 줄 요약

  • 모두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고 '말은' 한다.
  • 심상정 후보는 무조건 1가구 1주택. 그 이상은 세금 많이 내거나 임대업 등록해야 한다.
  • 이재명 후보는 1가구 2주택까지. 숫자보다도 '실거주'와 '투자용'을 구분하겠다는데, '어떻게'는 없다.
  • 윤석열 후보는 다주택자를 규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반적으로 지금보다 세금을 더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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