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모르는 사이 밀려 있던 부모나 형제의 건강보험료를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온다면?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바로 '연대납부' 제도 때문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차이가 헷갈린다면 상식 편부터 읽고 오길 추천한다.
건강보험료가 밀렸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잘 모른다면 체납 편을 먼저 읽어보길 추천한다.
'같이 낸다'는 뜻이다.
직장 건강보험료는 사업장, 즉 회사 단위로 모아서 낸다. 회사가 직장인 각각의 월급에서 뗀다.
지역 건강보험료는 주민등록 세대를 기준으로 낸다. 가족 여부, 나이, 결혼 여부와 상관 없이, 매월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인 사람들의 건강보험료를 합산해서 부과한다.
고지서는 세대주 이름으로 나온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세대주와 세대원이 같이 내라는 의미다.
같이 살았던 시기에 지역가입자였다면, 당시 체납분은 내야 한다. 반드시 자식이 내야 하는 건 아니다. 당시 같이 살던 사람 누구라도 내야 한다.
그런데 20대의 자녀가 부모, 형제, 조부모, 친척 등 같이 살던 사람들의 체납분을 연대납부하라는 통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징수율은 매년 99%를 넘는다. 이들은 징수에 진심이다. "부모, 형제, 조부모, 친척 등 당시에 같이 살던 사람이 내지 않았으니, 당신이라도 내야 합니다."
연대납부는 같은 세대 내의 건강보험료를 구분하지 않는다.
만약 직계가족이 아닌 사람과 한 세대로 묶여 연대납부 의무가 생긴 경우라면, 내 몫의 보험료만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직계가족은 안 된다.
소득이 없고 만 19세 미만이었던 시기의 건강보험료는 안 내도 된다.
예를 들어보자.
2017년까진 내야 했다. 그래서 2015년에는 장기 체납자 중 25세 미만이 4만 7천명, 이 중 미성년자가 7천명이었다.
미성년자 지역가입자의 연대납부 의무가 사라진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당시 부모가 모두 사망하고 혼자 남은 7살, 9살 아이에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됐다.
현재 시점에서 이혼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같이 살았던 시기의 지역 건강보험료가 체납되어 있다면, 함께 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사이가 나쁘거나, 같이 살지 않거나, 심지어 부모님이 사망했더라도, 같이 살았던 시기의 지역 건강보험료는 같이 내야 한다.
부모님이나 가족이 사망했더라도, 연대납부로 묶여 있는 보험료는 상속포기할 수 없다. 그건 상속된 타인의 빚이 아니라, 원래부터 나도 같이 내야 하는 보험료이기 때문이다.
만약 세대가 분리되어 보험료를 따로 내고 있었는데, 부모만 지역가입자로 보험료를 내고 있었던 경우라면, 부모가 남긴 체납 보험료는 사망을 알게 된 후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
신분증을 들고 가까운 건강보험공단 지사에 가거나, 1577-1000 고객센터로 전화해보자. 같이 살았던 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미성년자였던 기간이 있는지 따져보자.
2018년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사회복지현장 활동가를 위한 건강보험 체납 상담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고지서 읽는 법, 독촉장 읽는 법이 유용하다. 2020년에 관련법이 개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참고해보자. 예를 들어 이 가이드북이 나올 당시에는 체납금에 대한 최대 이자율이 9%였지만 지금은 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