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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될 뻔했던 수많은 개를 살리기까지
에디터 민
에디터
·
2022-02-11
왜 저렇게까지 해?

고기가 될 뻔했던 수많은 개를 살리기까지

[왜 저렇게까지 해?]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 김지영 김영환 공동대표

동물권
동물해방
롯데목장
사육견

에디터의 말

내가 아는 개들이 있다. 그 개들에겐 각각의 이름이 있고, 이름의 기원도 있다. 룽지의 털색은 누룽지랑 비슷하게 옅은 갈색이다. 달곰이의 가슴 털은 반달곰을 닮았다. 다복이는 보호자 가족의 돌림자인 '다'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나는 이 개들의 나이와 건강 상태도 안다. 그들은 내 주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이니까.

모든 개가 그렇게 살지는 않는다. 어떤 개는 이름이 지어지기도 전에 죽는다. 평생 갇혀서 사는 개도 있는데, 그것을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개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반려동물이 아니라 가축으로 구분되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사는 개들을.

인천 계양산에는 '롯데목장'이라고 불리는 개 농장이 있었다. 지금은 '계양산 시민 동물 보호소'로 이름을 바꾼 곳으로, 여기에 약 160마리의 개가 산다. 전까지 가축으로 살아온 이 개들을 누군가가 발견했고, 얼마 전까지 개를 고기로 거래하던 곳을 동물 보호소로 바꾸면서 개들의 운명도 바뀐 것이다.

농장에서 생존한 개들은 그간 어떻게 살아왔을까. 그런데 왜 그 개들이 사는 곳을 롯데목장이라고 불렀을까. 무겁고 복잡한 질문을 안고 그곳에 다녀왔다. 그리고 현장을 바꾸고 책임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물소개

김지영(가명)
김지영(가명)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의 공동대표. 2020년 3월 계양산 주변을 걷다가 개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곳이 개 농장이라는 것을 알고, 이후 현장을 동물 보호소로 바꾸기 위해 시민모임을 조직했다.

김영환
김영환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의 공동대표. 동물 보호소 운영을 총괄한다. 4월 보호소의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 신경 쓸 일이 많다.

산속에서 개들이 울부짖고 있어

2020년 초, 인천에 사는 김지영씨(가명)가 시험관 아기 시술로 일을 쉴 때였다. 걷는 게 난임 치료에 좋다고 해서 배우자와 함께 계양산 솔밭숲을 걷곤 했다.

하루는 좀 멀리 나가봤다. 계양산 등산로 초입을 걷던 중에 지영씨는 개 수십 마리가 짖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곳에 유기동물 보호소가 있나?'

한 번 더 갔을 때도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때 지영씨는 개들이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3월이라 꽤 추웠던 때다.

같은 자리에서 세 번째로 똑같은 소리를 들었을 땐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었다. '여기, 아무래도 개를 잡는 곳인 것 같아.'

지영씨는 전까지 개 농장을 본 적이 없었지만 무언가 느꼈다. 불길한 마음을 안고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지만, 철조망으로 입구가 막혀 있었다.

그날부터 잠이 안 왔다. 잠을 청하기 위해서라도 해결을 위해 애써야 할 것만 같았다. 일단 계양구청 동물보호과에 민원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알아보겠다던 담당자는 며칠 뒤 이렇게 말했다. "별것 없고, 그냥 개 좋아해서 여러 마리 키우는 사람이에요."

지영씨는 담당 공무원의 말을 믿지 않았다. 혼자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해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언론사 기자들에게 메일을 썼다. 동물자유연대 ・ 케어 ・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도 일일이 찾아 연락했다. 페이스북에 실상을 알리는 글도 썼다. 여기는 계양산이고, 개를 잡는 곳 같다고. 수많은 개가 맨날 울고 있다고.

그 가운데 응답이 하나 있었다. 한 기자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입구는 잠겨 있고 담장은 철조망인 곳을 뚫고 들어가 동영상을 촬영해왔다. 기자가 찍어온 영상을, 지영씨는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큰 개들이 좁은 뜬장(철망 사이로 배설물이 떨어지도록 만든 개의 장)에서 날뛰면서 울부짖고 있었다. 대충 봐도 백 마리가 넘었다.

현재 보호소가 된 개 농장의 과거 모습이다. 산속, 철망으로 만들어 바닥이 뚫린 뜬장에 개들이 있다. 사진 제공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
현재 보호소가 된 개 농장의 과거 모습이다. 산속, 철망으로 만들어 바닥이 뚫린 뜬장에 개들이 있다. 사진 제공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

기자는 개 농장주와 인터뷰도 하고 왔다. 이 땅은 원래 롯데 일가가 골프장을 지으려고 매입한 땅이자 개발제한구역인데, 개 농장주는 한때 땅을 관리하던 사람에게 일정한 돈을 주고 개 식용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 민원이 있어 관리자가 그 돈을 돌려주긴 했지만 여전히 사업은 이어졌고, 사실상 개발제한구역을 불법으로 점거한 것이라고 했다. 그때 확인된 개는 283마리였다.

기자는 취재를 마쳤지만 뉴스로 내보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개 농장은 너무 많고, 법적인 문제를 따지기 애매하며, 눈앞에서 개를 때리거나 죽이는 것을 보진 못했기 때문에 동물 학대로 고발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개발제한구역 불법 점거 문제를 다룰 일이 생기면 그때나 언급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다녀간 뒤로 지영씨는 의문이 더 늘었다. 저게 바로 동물 학대 아닌가? 버젓이 개 농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담당 공무원은 왜 거짓말을 했지?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싸워서 없애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럼 저 개들은 어디로 가야 하지?

계속해서 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도시재생과를 찾아 여긴 롯데 땅이니까 롯데에게도 책임이 있고, 개발제한구역인 땅을 불법으로 사용하면서 동물 학대를 하고 있으니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당 부서에서는 개 농장인 것을 알고 있다고 했지만, 지영씨는 구청의 대응을 막연히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 많은 개들이 뜬장에서 고통받다가 고기가 될 텐데, 구할 수는 없을까?

개를 살리기 위해 시민이 모였다

지영씨는 그간의 의문뿐 아니라 변화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변화란 그가 시작해 함께한 시민들이 이룬 것이다. 소리로 개를 발견한 뒤로 제보부터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시위까지, 실태를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시도한 끝에 얻은 것이기도 하다.

차차 개 농장을 둘러싼 정보를 좀 더 깊숙하게 알게 됐다. 여긴 개를 도축하는 곳은 아니다(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기서 개를 도살하는 명백한 현장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직접 도살하는 곳이라면 일반적으로 50마리 이하로 키운다. 여기 있던 개는 250마리가 넘는다. 이 농장을 운영해온 노부부는 1992년부터 이 땅을 점거하고 수백 마리의 개를 키워 한 근당 몇천 원으로 거래되는 도살장에 넘기는 사업을 해왔다.

언론 보도도 늘었다. 2020년 10월에는 MBC에서 젊은 기자 셋이 계양산에 찾아왔다. 현장을 목격한 젊은 기자들이 분노했고, 그들의 눈으로 본 끔찍한 현장이 그대로 보도되었다. 200여 마리의 개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살았다. 썩어가는 음식을 끓이지도 않은 채 먹였다. 물도 주지 않고서. 뜬장 아래로는 몇 년치 배설물이 쌓여 있었다. 개 농장주는 사업을 접고 싶다면서 개 한 마리당 15만 원을 쳐주면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때 뉴스를 본 '루카스 엄마'(닉네임)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미국에 사는데, 한국에 가면 집을 사려고 모아둔 돈이 있다면서 그 돈으로 개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지영씨는 한 다리 건너 루카스 엄마와 연결되었다. 반신반의하면서 소통하기 시작했지만, 대화가 길게 이어지자 루카스 엄마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루카스 엄마가 이 개들을 위해 나눈 돈은 3300만 원. 루카스 엄마는 '기부'가 아닌 '계약'을 통해 이 돈의 사용처를 분명하게 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돈은 이른바 '개값'이 아니다. 계약 당사자들은 이 돈을 '육견 사업 포기 위로금'이라고 부른다. 만약 한 마리당 계산해서 돈을 쳐주면 해당 농장주가 그 돈으로 다른 데서 똑같은 사업을 또 할 수 있다. 따라서 돈을 받는 대신 농장을 폐쇄하고 영원히 개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구조된 개들을 제3자에게 위탁하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썼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의 내용을 점검하고 공증하는 일을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지원했다.

이를 통해 250마리의 개가 뜬장에서 나와 땅을 밟았다. 각각의 개들에게 안젤라 ・ 모니카 ・ 너겟 같은 이름이 붙었고, 더디게나마 입양도 진행됐다. 이전까지 이 개들의 이름은 'F23' 같은 뜬장 주소로 통했다. A열부터 J열까지 열한 줄로 늘어선 철망에 갇혀 살던 개들이었다.

2020년 8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조직됐다. 지영씨는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페이스북 계정을 열었다. 이 커뮤니티에 2022년 2월 현재 천여 명이 '팔로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는 6천 명이 넘는다. 시민모임이 구성되자 지영씨 외에도 세 명의 공동대표가 생겼다. 여러 동물 단체 및 시민 단체에서 활동해온 이순영, 박영대, 김영환씨가 함께한다.

생존한 개들을 돌보려면 돈과 손이 필요하다. 밥과 물도 먹어야 하고, 위생과 건강도 유지해야 하는 일이다. 모임을 통해 이 개들에게 마음을 쓰는 후원자와 봉사자도 늘었다. 대표진 외 일부 회원들은 지금까지도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개들의 관리와 입양, 예산 관리 등 해야 할 일을 나누고, 관련 뉴스를 공유하고 문제 공론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운다.

단체의 일은 때때로 다른 세계로 향했다. 개 식용 사업은 국제 사회가 주목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물결을 타고 일본의 시민도 이 운동에 동참했다. 자기 소유 땅에서 비인도적인 사업을 하게 용인한 롯데가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로, 2020년 9월 도쿄 ・ 나고야 ・ 교토 ・ 오사카 등 아홉 개 지역 롯데 사옥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각 지역의 시위 현장은 한국에서 볼 수 있게끔 라이브로 생중계되었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계양산 개들 앞으로 후원금을 보낸다.

일본인 동물 활동가가 시내에서 기업 롯데에게 이 개 농장 운영의 책임을 묻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
일본인 동물 활동가가 시내에서 기업 롯데에게 이 개 농장 운영의 책임을 묻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

그렇게 여러 사람의 노력 끝에 200마리 넘는 개들이 이름을 얻고 땅을 밟았지만,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모임의 책임자들은 이 많은 개들이 추위에 떨던 한때를 잊지 못한다.

2020년 11월, 뜬장을 철거하고 개들을 보호할 수 있게끔 펜스를 설치했을 때였다. 천막을 치기 전, 신고를 받고 나선 계양구청이 불법 건축물을 짓고 있다면서 공사 현장을 통제했다. 날씨까지 궂었다. 일기예보에선 사흘간 비가 온다고 했다. 천막을 치지 않으면 개들이 비를 다 맞아야 했기에 과태료 부과를 무릅쓰고 천막을 쳤지만, 세차게 내리는 비에 천막이 무너지고 견사 안은 진흙탕이 됐다. 한파가 몰려오기 직전이었다.

시민모임의 공동대표 영환씨는 그때만큼 절박했던 적이 없다. "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같이 얼어죽겠다고 생각했어요. 두려움 같은 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냥 그 상황에서는 그게 당연한 감정이었어요."

함께하는 지영씨도 이날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뜬장을 벗어나자마자 비가 와서 애들이 죄다 진흙탕에 엉켜 있는 거예요. 바람 부니까 천막에 막 몸이 엉망진창으로 감겨 있고… 저는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있던 때라 그날 배아 이식하고 누워 있어야 했는데, 비가 오니까 걱정돼서 나가봤다가 펑펑 울었어요. 내가 괜히 구조하겠다고 나서서 오히려 애들을 힘들게 한 거 아니었을까 처음으로 후회했어요."

초록색 펜스로 만든 장 안에 개들이 있고, 펜스 위에는 개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파란색 천막을 올렸다. 사진 제공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
뜬장을 나온 개들. 비와 바람으로부터 보호할 비닐하우스가 생기기 전으로, 개들이 머무는 펜스 위에 천막을 쳤다. 사진 제공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
완공된 비닐하우스. 이제 개들은 비를 맞지 않는다. 사진 제공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
완공된 비닐하우스. 이제 개들은 비를 맞지 않는다. 사진 제공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

추위 속에서 고스란히 비를 맞는 개들이 사진과 영상으로 퍼져나갔다. 분노와 슬픔의 마음이 후원으로 이어졌다. 계양구청과 싸운 끝에 비닐하우스를 쳤다. 들어간 비용은 약 3천만 원. 이제 그 개들은 지붕 아래에서 산다.

개 농장과 동물보호소 사이에서

여긴 한때 '롯데목장'이라고 불렸다. 말 그대로 롯데가의 땅에서 개 식용 사업을 하던 곳이다. 지금은 이곳을 '계양산 시민동물보호소'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시민이 만든 보호소가 되었다.

그러나 계양구의 도시재생과와 오수관리팀에게 이것은 합법적인 시설이 아니다. 이 보호소가 가축분뇨법을 위반했다고 말한다. 이것은 말 그대로 가축 시설에 적용되는 법으로, 관련 시설을 운영한다면 규격과 분뇨 처리장 등 사육 시설에 해당하는 요건을 갖춰서 사업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동물 보호소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분뇨를 일반 쓰레기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시설 신고 의무가 없다.

김영환 대표는 이것이 법적 쟁점이라고 말한다. 이곳은 신고해야 할 시설인가, 아닌가. "계양구는 여기가 사육 시설이고, 미신고 시설이라고 해요. 그럼 법에 따라서 철거를 해야 돼요. 그럼 이 개들은 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하지만 시민모임은 이 전제 자체를 부정한다. 지금 이곳은 동물 보호소이지 가축 시설이 아니다. 따라서 신고의 의무가 없다.

게다가 애초부터 이 땅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데, 계양구는 이 보호소가 펜스 및 비닐하우스 공사를 하면서 해당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보호소는 이러한 문제를 백만원 대에 달하는 과태료로 해결하고 관련 소송을 진행하다가 올해 4월 이사를 앞두고 있다. 영환씨에 따르면 동물 보호소로서 펜스 및 비닐하우스 공사는 불가피한 조치였다. 당연한 공사를 법이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

"개 농장 자체는 하나의 시설이잖아요? 공장처럼요. 그럼 시설로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법이 있어요. 근데 한국의 개 농장들, 그거 하나도 안 지켜요. 그 숫자가 2만 개가 넘어요. 그쪽에도 이런 규제가 똑같이 적용될까요? 먼저 폐쇄해야 할 시설은 따로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개 농장을 운영하던 농장주는 '위로금'을 받고 사업을 접었다. 그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3300만 원을 쾌척한 '루카스 엄마'처럼 이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시민이 감당하는 몫이다.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물뿐더러 이것이 답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영환씨는 생각한다.

"개 농장 신규 설립을 막는 가장 쉬운 법이 가축분뇨법이에요. 이런 법이 있어서 지금은 개 농장을 새로 만드는 게 어려워요. 사라져가는 추세인데, 문제는 기존 개 농장주들이죠. 오히려 국가가 보상할 정책을 만들기를 기다리면서 문을 안 닫고 버티는 거죠. 오히려 개 농장의 수명을 연장하는 거예요."

영환씨는 '개 식용'이라는 표현에도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개를 먹는 행위는 찬반 토론의 대상이 된다.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걸 금지하는 건 자유권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죠."

그렇다면 올바른 해결법은 무엇일까. "개 식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질문하지 말고, 그냥 그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돼요. 그리고 이걸 문화 이해나 자유 존중 같은 가치관 문제가 아니라 '사업'으로 봐야 돼요. 범위가 사업이 되면 보다 엄격한 법과 규제를 적용할 여지가 생겨요. 간단히 말해서, 그냥 법대로 하면 돼요."

"한국에선 '개 식용 문제'라고 부르는데, 외국에선 '개고기 사업 문제(dog meat trade)'라고 불러요. 뉘앙스를 비교해보면 개 식용 문제라고 하면 찬성과 반대로 흘러가는데, 개고기 사업 문제가 되면 세 가지로 논의가 확대돼요. 첫째로 그것이 합법인가 불법인가, 둘째로 동물 복지 관점에서 올바른 일인가, 셋째로 취향의 문제인가로요. 세 번째 질문은 이렇게 다시 물을 수 있겠죠. '불법인데, 먹을래?'"

가축과 반려동물 사이에서

2022년 현재 이 보호소에는 여러 동물이 산다. 그중 하나는 '조나단 리빙스턴'이라는 이름의 돼지다. 영환씨에 따르면 "원래 똥밭에 살던 돼지"다. 충청남도 여산군 어딘가에서 학대당하다 격리 조치된 돼지를 여기로 데려왔다. 이 돼지는 보호소의 직원과 봉사자들에게 '나단이'라고 불린다. 식빵을 좋아한다.

흙바닥에서 체크무늬 옷을 입은 돼지가 서성이고 있다. 이 돼지의 이름은 조나단 리빙스턴으로, '나단이'라고 불린다.
흙바닥에서 체크무늬 옷을 입은 돼지가 서성이고 있다. 이 돼지의 이름은 조나단 리빙스턴으로, '나단이'라고 불린다.

'장미'와 친구들도 있다. 장미는 한 지역의 장미 아파트에서 구조한 유기견인데, 구조 요청이 있어 현장에 가봤더니 장미 외에 일곱 친구들이 더 있어 결국 다 함께 구조했다.

구조된 개들의 일부는 입양됐다. 이 보호소에서 지난 2년간 약 80마리가 가족을 찾았다. 그러나 어떤 개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이 보호소에는 160여 마리가 남아 있다. 이 개들의 다수는 종으로 말하자면 '도사믹스'다. 지영씨도 여러 차례 구청과 통화하면서 이 개들은 가축이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보호소에 찾아오는 자원 봉사자들조차도 이 개들이 한때 식용견으로 통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황색 개가 목걸이를 하고, 철망 너머에 있다.
황색 개가 바닥에 누웠고, 인간의 다리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다. 개를 눕힌 사람은 청바지에 검정색 셔츠를 입고 있다.
바깥 털은 황색, 가슴 안쪽의 털은 흰색인 개가 철망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이 개들은 평균적으로 30~40kg가 나간다. 지영씨 표현에 따르면 "진돗개보다 더 큰 개들"이다. 시민모임의 구성원들이 입양 수속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로 간다. 한국의 가정은 일반적으로 그보다 작은 개를 선호한다. 영환씨는 이 보호소가 가축과 동물 개념을 둘러싼 불편한 인식을 일깨우는 곳이라고 말한다.

"만약 30년 전이었다면 나도 개를 기르고 파는 사람으로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이젠 그런 사람이 많지 않지요.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개 농장주도 그랬어요. 접고 싶어 했어요. 개를 팔아서 먹고살아왔는데, 구청에선 나가라고 하지, 동물보호단체에서도 압박하지, 게다가 가끔 놀러오는 손자가 개한테 간식을 줘요. 그런 개를 파는 게 예쁜 그림이 아니라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영환씨는 우리의 인식이 여기서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 개를 예쁘다고 여기는 마음도 좋지만, 이 보호소를 통해 우리와 함께하는 이 동물이 어떤 존재이고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확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돼지를 먹지만, 돼지랑 교감할 수도 있어요. 모든 동물이 개별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걸 여기서 보여주고 있어요. 이 개들도 마찬가지예요."

황색 개가 철망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몸의 털은 흰색, 얼굴과 귀의 털색은 고동색인 개가 철망 위에 다리를 얹었다.
개의 장 위에 개를 둘러싼 정보가 표기되어 있다. 견사 번호는 B-2, 이름은 천진이, 성별은 수컷, 기타 사항으로 '사람 좋아함, 애교 많음'이라고 쓰여 있다.

지영씨는 이 보호소가 나단이라는 돼지까지 품게 될 줄은 몰랐다. 접근조차 어려웠던 개 농장이 몇 년간의 노력 끝에 동물 보호소가 될 줄도 몰랐다. 지영씨가 시작한 일이지만, 그에 따르면 "본업이 바쁘지 않았을 때라" 가능했다. 출근보다 재택 근무를 더 많이 했던 여유로운 시기에 개들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애들 생각하면 잠이 안 왔어요. 내 몸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잠이 안 오는데 어쩌겠어요."

게다가 난임 치료 중에 시작한 일이다. 그는 여전히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건 한때 가축이었던 개들과 바꾼 것일까. 아이와 개 이야기를 시작하자 지영씨는 그만 울음이 터졌다. 그런데 갖지 못한 아이 때문에 우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 개들 때문에 임신에 실패했다고 생각해본 적 한 번도 없어요. 전부터 열 차례쯤 계속 실패해서 정신적으로 꽤 힘들었는데, 개를 살리는 일 때문에 오히려 지난 2년간 버티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지영씨가 그간 해온 일 대부분이 거절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현장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여러 매체의 문을 두드렸지만 응답한 기자는 많지 않았다. 여러 동물보호단체 또한 포화 상태라 구조에 동참할 수 없다고 했다. 지영씨는 어쩔 수 없는 거절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바꾼 건 시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다보니까 기적이 일어나더라고요. 누군가는 후원을 하고, 설득을 하고, 그러다보니 다른 동물보호 단체가 참여해 입양을 보내고… 우리가 한 거예요."

그 또한 시민이다. 이제는 직장에 복귀해 '나인 투 식스'로 근무하면서, 수없이 거절을 겪었는데도 기부가 가능한지를 또 묻기 위해 여러 사료 회사에 짬이 날 때마다 전화를 돌리는 사람. 참고로 이 보호소의 개들이 먹는 사료는 월 3톤 가량이다. 마음이 흔들린다면, 여기서 후원이나 봉사를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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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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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작성
  • 조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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