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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에디터 민
에디터
·
2021-12-01
2022년 대선 캐비닛

대통령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2022 대선 캐비닛 기후 위기 공약 [검증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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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닷페가 진행한 설문 조사가 있었죠. '앞으로 5년, 나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무엇인가요?' 하고 물었을 때, 닷페피플은 여성에 대한 폭력, 주거 안정성에 이어 기후 위기를 꼽았어요.

예비 대통령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지구를 걱정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까요?

꽤 많은 대선 후보들이 기후 위기 대처 공약을 이미 발표했어요. 물론 입장을 내놓지 않은 후보도 있지만요. 원자력 발전을 주장하는 후보도 있고, 재생 에너지가 대안이라고 말하는 후보도 있어요. 무엇이 옳은 답일까요? 어떤 질문을 던져야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 예고했던 것처럼 기후 위기 공약 검증은 여러 활동가와 함께해요.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가 셋, 그리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기획위원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기후 위기 관점에서 지구는 이미 망했지만,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질 때 해결에 근접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물소개

김보림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척을 멈추고, 기후 위기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서경
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어떤 개인보다도 대통령이 먼저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현정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기후 위기 대책에 있어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크다고 본다. 그 권리를 시민과 나누는 사회를 꿈꾼다.

한슬
한슬

닷페이스 에디터. 진행을 맡았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파악하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맡았다.

한재각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기획위원.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기업에 정부가 지금보다 강경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전, 그렇게 안전하면 서울에서 해 - 원자력 발전소 공약 살펴보기

한슬(사회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공약에는 원전 복원 얘기가 있어요. 사실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원전 가동 중지가 거의 모든 후보들의 공약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안전한 에너지'라고 말해요. 정말 그런가요?

김서경: 그렇게 안전하면 서울에 짓겠다고 하겠죠.

윤현정: 울산에 살았거든요. 원전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요. 그게 두려워서 늘 동네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작년 여름에 태풍으로 비가 굉장히 많이 왔잖아요? 그때 원전이 두 번 멈췄어요. 월성과 고리에서 다요.

그때 확실히 깨달았어요. 이건 내 곁에 있는 공포라는 것을요. 우리 모두의 삶이 기후 위기 속에서 절대로 안전할 수 없다는 것도요. 그런데 지금 후보들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해요. 대통령 후보들도 원전 옆에서 살아보면 좋겠네요.

2022 대선 후보의 원전 공약에 대해 설명하는 청소년기후행동 윤현정 활동가.
2022 대선 후보의 원전 공약에 대해 설명하는 청소년기후행동 윤현정 활동가.

한재각: 안철수 후보가 재미난 얘기를 했죠. 탈원전 주장은 원시적이고 미신적이라고.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같은 재앙이 안 떠오르나 봐요. 그렇게 큰 사고가 있었던 기술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모르고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게 바로 미신이겠죠.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예요.

표만 생각하고 원자력 얘기를 해요. 기후 위기를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죠.

윤현정: 저희가 9월에 대선 예비 후보들한테 기후 위기 철학을 알아볼 수 있는 질문지를 돌렸는데, 그때 유승민 예비 후보가 소형 원자로를 답변으로 적었어요. 깨끗하고, 경제적이고, 완벽한 에너지라고 추앙하는 답변지를 받았어요. 빌 게이츠가 소형 원자로를 옹호하니까 믿을 만하대요.

김서경: 가성비 좋고, 원전이랑 다르대요. 근데 뭐가 달라요. 크기만 다르지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은 원자력이랑 똑같아요.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확실한 기술은 아직 안 나왔어요.

새로운 에너지의 탄생, 가능할까? - 재생 에너지 공약 살펴보기

한슬(사회자):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원전을 주장하는 동안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 에너지 산업을 공약으로 발표했어요. 화석 연료 대신 풍력이나 태양광을 쓰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건데요. 그 에너지원으로 지금만큼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까요?

한재각: 화석 연료나 석유, 천연가스는 고갈될 수 있지만 풍력과 자연광은 무궁무진하죠. 심지어 공짜예요. 그런데 여기서 에너지를 얻으려면 설비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태양광을 하려면 토지가 필요하고, 풍력 발전을 하려면 쇠가 많이 필요해요. 그건 무한정 존재하는 게 아니고요.

그러니까 재생 에너지로 산업이 전환된다고 해도, 우리가 지금만큼 에너지를 많이 쓰려면 설비를 위해 큰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양이 과연 타당한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질문의 순서를 바꾸는 거죠.

'재생 에너지, 과연 가능한가?' 이전에 '우리는 에너지 사용량을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인가?'부터 묻자는 거예요.

에너지 전환을 위해 설비도 무한정 늘려야 한다면, 그게 과연 정의로울까부터 질문해보자는 것이죠. 가장 진보적이라는 심상정 후보조차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 없어요.

2022 대선 후보의 재생 에너지 공약에 대해 설명하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기획위원.
2022 대선 후보의 재생 에너지 공약에 대해 설명하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기획위원.

김서경: 그렇게 많은 재생 에너지를 생산해서 얻을 이익보다 더 급한 게 무엇인지 따져보면 좋겠어요.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전기 사용을 우리가 어떻게 줄일지를 먼저 논의해봐야 한다는 거예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겠죠.

윤현정: 에너지 수요는 늘 고정해놓고 거기서 어떻게 충당할지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직도.

녹색 성장, 이게 말이 되는 거야? - 전환 산업과 일자리 공약 살펴보기

한슬(사회자): 재생 에너지 산업을 약속한 후보들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해요. '녹색 도시' '그린 산업' '에너지 고속도로' 같은 표현을 쓰는데, 산업을 키우면서 기후 위기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가능한 미래일까요?

윤현정: 저는 거기서 말하는 녹색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그 말을 붙이면 다 기후 공약으로 인정되는 게 이상해요.

한재각: 그런 걸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해요. 친환경 이미지만 가지고 경제적 이익을 보는 건데, 기업이 많이 하고 있죠. 오염 물질이나 폐기물이 덜 나오면 꼭 그런 말을 붙여요. 문제를 조금 줄였다고 기후 위기 해결책이라고 보는 것인데, 끊임없이 성장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고 봐요.

김서경: 재생 에너지 산업을 하려면 부지가 많이 필요하고, 설비 과정에서 소음이 많이 나겠죠. 대부분 지역 주민이 감당해야 할 일일 거고요. 마을에서 에너지를 생산해서 자급자족한다는 좋은 이야기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서울같이 인구 밀도 높은 곳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사실 여태 그래왔죠. 발전소와 공장 대부분이 서울 바깥에 있고, 지방에서 만든 것을 소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수도권에 몰려 있어요. 전력 생산 방식이 바뀌어도 서울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긴 어려워요.

2022 대선 후보의 개발 공약에 대해 설명하는 청소년기후행동 김서경 활동가.
2022 대선 후보의 개발 공약에 대해 설명하는 청소년기후행동 김서경 활동가.

한재각: 한국 사회는 중앙과 지역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는데, 지역에 발전소를 짓고 공항을 만든다고 지역 불평등을 풀 수는 없겠죠. 그건 정의로운 게 아니죠. 지금 수도권에 한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데, 이런 삶이 마땅한지부터 질문해야 해요. 중앙의 권력을 지방이 나눠가질 수 있도록.

재생 에너지가 또 다른 지역 불평등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어요.

결국 기후 위기는 하나로 풀 수 없는 문제예요.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랑 같이 갈 수밖에 없어요. 기후 정의라는 건 단지 온실 가스 감축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역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에서 시작돼요. 후보들의 재생 에너지 공약을 보면 이런 걸 하나도 모르는 것 같아요.

탄소세, 그거 어디다 쓴다고? - 탄소세와 탄소 배당 공약 살펴보기

한슬(사회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한테 돈으로 책임을 묻는 방법도 있어요.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기업한테서 '탄소세'를 받겠다고 했고, 거둬들인 돈을 우리에게 주는 '탄소 배당'을 약속했어요. 이 방법이 기후 위기를 막는 데 효과적일까요?

윤현정: 탄소세는 기업한테 더 편할걸요. 탄소 배출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진다는 경고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니라 '돈 냈으니까 내 책임은 사라진 거야' 하고 기업에게 정당성을 주는 거니까요.

한재각: 왜 이런 제도가 나왔는지부터 생각해볼까요. 여태까지 다들 공짜로 탄소를 배출했으니까 가격을 붙여 보자는 건데요. 사실 기업은 이런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많거든요. 돈 조금 더 내고 탄소 배출을 계속할 수도 있고, 법인을 해외로 옮겨서 세금을 피할 수도 있으니까요.

만약 탄소세를 부과해서 기업에게 세금을 물린다면, 이게 부가 가치세처럼 될 수도 있어요. 탄소세를 내는 만큼 물건 가격을 올리는 거죠. 그 세금은 소비자인 우리가 다 내는 것이고요.

그리고 탄소세를 걷어서 우리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결국 기업이 탄소 배출을 계속하겠다는 뜻이에요. 만약 탄소 중립을 달성해서 기업이 탄소 배출을 멈춘다면 그땐 기본 소득을 어떻게 줄까요? 걷을 탄소세가 없는데.

고갈될 수 있는 자원에서 세금을 걷어서 기본 소득을 준다는 건, 기본 소득의 원래 취지에서도 벗어나 있다고 생각해요.

탄소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 돼요. '탄소세를 물리면 온실가스가 줄 거다'는 일차원적인 가정에서 벗어나서요. 공공의 안전이 목표가 되면 대통령의 권한을 기업에게 쓸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 하겠다는 예비 후보는 보이지 않아요. 기업이 곧 국가 경쟁력이니까요.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가 포스코에서 나와요(2020년 기준). 현재 정부가 이런 기업한테 규제를 하는 방식은 '금지'라기보다는 10년 뒤까지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라는 '권고'에 가까워요. 생산량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앞으로 매년 7%씩 감축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말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윤현정: 포스코가 가장 심각하지만,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한국 상위 11개 그룹 기업에서 64% 정도를 배출하고 있어요.

김서경: 대통령 직속 탄소 중립 위원회를 만들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할 수도 있겠죠. 이 짧은 시간 안에 해결을 위해 딱 한 명만 움직여야 한다면 그게 바로 대통령이라는 거예요.

2022 대선 후보의 탄소세 공약에 대해 설명하는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활동가.
2022 대선 후보의 탄소세 공약에 대해 설명하는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활동가.

김보림: 헌법 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 위기 소송이 하나 있어요.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이 현재의 기후 상태가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대통령과 정부, 국회를 상대로 낸 소송이에요.

소송 진행 중에 정부에서 이런 반응이 돌아왔어요. '너희 청소년들은 기후 재난의 피해 당사자가 아니다.' 당사자가 아니니까 소송을 할 수 없다는 뜻인데, 그러면 기후 위기의 당사자가 누굴까요. 정부에서는 철강 산업이라고 해요. 온실가스를 줄이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쪽은 생산을 못 하는 기업이라는 거예요. 기후 위기의 가해자인데.

기업을 바꾸려면 규제 시스템을 바꿔야 해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정책을 보면 정부가 대변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기업 같아요.


이렇게 해서 기후 위기 활동가들과 함께 예비 후보들의 기후 공약을 살펴봤어요. 한재각 활동가가 말한 것처럼 기후 위기는 온실가스 감축 같은 목표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기후와 연관 없어 보이는 것 같은 다른 요인도 기후에 영향을 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다른 문제도 진단해보기로 했어요. 숨어 있는 공약을 살펴보는 거예요. 여기에서 이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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