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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성폭력 신고하면 어떻게 돼?
에디터 한슬
에디터 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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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군대 내 성폭력

군대에서 성폭력 신고하면 어떻게 돼?

매뉴얼은 모호하고, 있는 규정도 작동되지 않았다

성폭력
군대

시작하며

이 글은 군대 내 성폭력과 관련된 훈령, 지침, 매뉴얼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성추행 사건에서 얼마나 작동하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본다.

신고 이전 단계의 매뉴얼과 현실을 보려면 이 글을 먼저 읽고 오기를 추천한다.

Q1.
신고하면 어떻게 돼?

➀ 국방부 성폭력 담당 기관에 보고된다.

누구든지 성폭력 사건 신고를 받으면 곧바로 소속 부대의 양성평등 담당관에게 이송해야 한다. 성폭력 신고 상담을 접수한 각 부대의 양성평등담당관은 각 군 본부 양성평등센터,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사건을 보고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 조치를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초기에 빠르게 개입해야만 한다.

보고하는 양식도 정해져 있다.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양식에 따라 일차적인 사건 개요를 보고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중대사고’라고 판단되면, 최단 시간 내 세부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매뉴얼은 그렇다. 실제로는 달랐다.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는 3월 2일에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3월 5일에 보고 받았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4월 6일에야 국방부에 보고했다. 지침과는 달리 사건 경위를 알 수 없는 '월간 현황보고' 형식이었다.

국방부 차원에서 성폭력 관련 전담 부서를 두고 있지만, 거기까지 보고가 닿는 게 느리고 내용도 축소된다면 무슨 의미일까?

군대 내에는 촘촘한 계급이 있고, 지휘 계통을 중시한다. 중사는 상사에게, 상사는 준위에게, 준위는 부대 지휘관에게 보고한다.

매뉴얼만 보면, 성폭력 사건은 예외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245조(신고) ③ 지휘계통에 따르지 아니하고 상급부대에 신고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매뉴얼과 다르다. 성폭력 피해자도, 신고를 받은 상관도 군인이다. 엄격한 지휘 계통과 보고 체계에 익숙한 군인들이 갑자기 부대에서 가장 높은 상관에게 직접 신고할 수 있을까?

실제로 공군 장 중사의 성추행 피해자는 지휘 계통을 거치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는 상급자인 노 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노 상사는 상급자인 노 준위에게 보고했다. 두 사람은 이를 즉각 신고하지 않았고, “살다 보면 많이 겪는 일”이라며 피해자를 회유했다. 군검찰은 6월 12일 노 상사와 노 준위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➁ 수사가 시작된다.

수사관, 군검사, 국선변호사 등 성폭력 피해자 조사 관련자는 피해자와 동성이 맡는 것이 원칙이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246조(조사 및 상담) ④ 성폭력 피해자 조사는 피해자와 동성인 수사관이 실시함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피해자의 동의가 있거나 수사절차를 과도하게 지연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⑤ 제4항의 경우, 해당 수사기관에 피해자와 동성인 수사관이 없는 경우에는 인근부대와 상급부대에 협조 및 건의하여 피해자와 동성인 수사관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때, 지원을 요청받은 부대는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한다.

군사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조사한 뒤, 구속할지 판단한다. 긴급한 이유가 있을 때는 조사 이전에 가해자를 구속할 수 있다.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을 처리할 때 민간 변호사 또는 군법무관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범죄 피해자 지원 예산으로 민간 변호사 선임을 도울 수 있다. 이런 사항은 국방부 양성평등센터에서 안내한다.

이외에도 친족, 군인, 군무원, 성고충전문상담관, 기타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을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에 참여시킬 수 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에서도 수사 시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하는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매뉴얼은 그렇다. 실제로는 달랐다.

공군은 장 중사 성추행 피해자의 국선변호사로 남성 군법무관을 지정했다. 1년 차 단기 법무관이었다. 그는 한 번도 피해자를 면담하지 않았고, 전화와 문자 메시지만 주고받았다. 피해자의 유족은 직무유기와 피해자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군사경찰은 성추행 가해자인 공군 장 중사를 만나 보지도 않고 ‘불구속 의견’을 상부에 보고했다. 국방부는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법무관: 군사법원, 군검찰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및 법적 사무를 담당하는 군인. 직업군인인 장기 법무관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군 복무를 대신하는 단기 법무관으로 나뉜다. 단기 법무관이 압도적으로 많다.

➂ 피해자 보호 조치가 시작된다.

군 수사기관

피해자에게 성고충전문상담관, 양성평등담당관과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야 한다.

부대 지휘관우선 가해자와 피해자를 공간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이때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피해자를 부대에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내보내는 것이 원칙이다. 성폭력 가해자와 대면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성폭력 가해자나 제3자가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압력, 회유, 소문 유포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
각 부대의 양성평등담당관

피해자가 상담, 진료,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피해자의 신상 노출 방지를 위해 보고계통 및 관련 인원을 최소화해야 한다.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가해자 분리, 보직 조정, 2차 피해 방지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지휘관에게 건의할 수 있다.

각 부대의 성고충전문상담관

부대 지휘관에게 피해자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보고할 수 있다.

매뉴얼은 그렇다. 실제로는 달랐다.

공군 성추행 사건에서 부대는 2차 피해를 전혀 막지 못했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피해자에게 "죽어버리겠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장 중사의 아버지도 회유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부대 상관 2명도 압력, 회유를 가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피해자, 가해자 분리는 한참 뒤에야 일어났다.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가 다른 부대로 파견된 건 사건 발생 후 2주가 지난 3월 17일이었다. 그 동안 피해자는 청원휴가를 써야 했다. 유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그나마 실질적으로 부대를 벗어난 것은 10여일 남짓이었다.

청원휴가를 내면 사무공간에서는 분리된다. 하지만 생활공간인 관사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없다. 원칙적으로는 자택에 돌아갈 수 있지만, 사건 조사가 남아 있어 쉽지 않다. 관사를 옮기려면 인사 조치로 부대를 옮겨야 한다.

Q2.
왜 이렇게 매뉴얼을 안 지켜?

안 지켜도 페널티가 없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은 법으로 따지면 행정규칙에 해당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군인은 '징계'를 받는다. 징계는 각 부대의 지휘관이 재량껏 결정한다. 그러니까 훈령이 엄격하게 지켜지는지 아닌지는 오직 지휘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어떤 사건은 엄격하게 다뤄질 수도 있고, 어떤 사건은 지나갈 수도 있다.

가해자는 성폭력으로 신고된 이후부터 피해자에게 일체의 접촉 (전화, 문자, SNS 등을 포함)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금지한 부대관리훈령. 이런 조항이 버젓이 있어도, 공군 성폭력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문자로 보복 협박을 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협박을 해도,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며 2차 가해에 가담해도, 지휘관이 하나하나 찾아내서 징계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번 공군 성추행 사건처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 그제서야 하나하나 단계별로 법을 지켰는지, 훈령을 지켰는지, 매뉴얼을 지켰는지 파헤쳐진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 군대에서 성폭력 사건을 신고하고 수사하는 제도에 대해 알게 됐다. 이제 재판만 남았다.

군인의 범죄는 일반인의 범죄와 다르다. 군사경찰, 군검찰, 군사법원이 다룬다. 군대만의 사법조직은 어떻게 굴러갈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을까? 군사법원 편에서 정리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02-7337-119)는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문적인 상담, 법률지원, 의료지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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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슬
    한슬
    취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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