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을 둘러싼 한국의 법과 현실, 제도편.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아래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다.
난민의 개념부터 헷갈린다면, 먼저 상식 편을 읽고 오기를 추천!
난민을 돕는 시민단체 사람들은 난민 신청 과정을 '산 넘어 산'이라고 말한다. 지금부터 함께 그 산을 하나씩 넘어 보자. 만만치 않게 길지만, 포기하지 말고 읽어 보길!
1. 신청
국내에 들어 온 외국인만 난민인정 신청 가능. 대한민국 안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장소, 외국인보호소에 난민인정 신청을 접수할 수 있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
서류는 한글 또는 영문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외의 외국어로 작성된 경우에는 번역문을 첨부해야 한다.
2. 심사
신청이 접수되면 난민인정 심사를 받는다. 난민신청자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별 면접을 한다.
당연히 근거를 바탕으로 공정한 심사를 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20년 난민인권센터 조사에 따르면, 면접 심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공무원들 중 일부는 난민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고, 증거 제출을 방해했으며, 면접 조서를 위조했다.
"나중에 면접조서를 받아보니, 모든 내용이 다 조작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말한 것과 달랐어요. 예를 들어, 면접조사에서 '이집트에서 위험에 처했습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면접조사에서 저는 이집트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는데 대화록에는 '아니요'라고 쓰여 있었어요. 직업 역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걸로 적혀있었는데, 저는 이집트에서 인권 단체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또한, 조서에는 제가 돈을 벌기 위해 여기 왔으며 돈을 많이 저축하면 이집트로 돌아갈 거라고 한 걸로 적혀있었습니다. 그건 전부 제가 한 대답이 아니었어요."
"저는 한국에서 구금된 적이 있습니다. 당국과 많은 논쟁을 벌인 후에야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신청서를 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사흘 간 따지고 나니 그제야 신청서를 줬습니다. 그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말했습니다. '일하고 돈 벌려고 여기 왔다는 거, 다 압니다. 우리는 당신 말 안 믿어요.'"
너무하다고? 이 보고서에 비슷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19페이지부터 읽어 보길.
3. 결과
서류와 면접 결과를 바탕으로 난민인정 여부 결정.
난민법에 따르면, 신청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균적으로 1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린다. 이의신청, 소송까지 간다면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심각한 인력 문제. 전국에 1차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65명 뿐. 난민신청서를 제출하는 사람은 한 해 평균 15,000명.
사람이 적다 보니 제대로 된 심사가 어렵다. 해외에서는 난민 신청자 한 명당 공무원 2~3명이 심사를 한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공무원 한 명이 하루에 여러 건을 심사한다.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그렇지 않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 허가를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2020년 기준, 전체 신청자 중 3% 가량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사실 유엔난민기구(UNHCR)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쟁 중인 나라에서 온 사람도 난민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본래 취지와 달리 난민협약의 특정 구절을 좁게 해석해 전쟁을 난민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다. 2020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0.4%(난민인권센터, 2021). 같은 해 EU 평균 난민 인정률은 32%.
2020년 한 해 동안 전세계 난민 신청자의 0.7%가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했고, 이 중 0.4%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다. 계산해 보면 한국에서 받아들인 난민은 전세계 난민 신청자의 0.0035%인 셈.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한국이 경제규모에 비례하면 난민에 대해 책임져야 할 몫(책임분담률) 중 0%를 이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누적 난민 인정자는 1,084명, 인도적 체류자는 2,37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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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국적을 신청하고 인정받는 절차와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인정받는 절차는 완전히 별개.
난민협약이 규정하는 난민의 지위는 다음과 같다.
국내 난민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된 권리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이란, 예를 들면 건강보험에 가입해 돈을 내면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 교육비도 스스로 내야 한다.
한편 인도적 체류자는 한국에서의 권리를 거의 보장받지 못한다. 일할 권리만 보장될 뿐, 교육을 받거나,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거나, 혼인신고를 할 수 없다. '숨만 쉴 수 있는' 상황. 관련 기사 보러 가기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 받는 과정, 마치 이 글처럼 길고 쉽지 않다. 끝까지 읽은 당신에게 박수! 👏👏👏
그런데 심지어 이 글에 나온 절차를 시작하지도 못한 사람들이 있다. 난민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공항에 갇힌 난민들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난민의 법과 현실, 공항 편을 읽어 보자.